경기도 김포시에 산다는 정ㅇㅇ씨(83)는 “월세를 내고 나면 기초연금이 6만원 남는데, 점심값이라도 아끼려고 오전 4시 반에 첫 차를 타고 왔다.”라고 했다.(2024.1.31.일자, 동아일보)

이날 기온은 영하 4도였습니다. 이 노인은 탑골공원 앞 대원각사 무료급식소(사회복지단체)에서 지급하는 점심 급식권을 받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서 7시에 주는 급식표를 받았습니다. 이날 급식표는 67장이 전부였습니다. 급식표를 받은 노인들은 11시30분에 시작되는 점심시간까지 공원을 배회하다 12부터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줄어든 후원금과 식자재 값의 인상으로 급식표를 더 많이 발급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간 한 번이라도 기부했다”는 응답자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줄었다가 2023년에 조금 늘어난 23.7%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김포아이사랑센타(사회적협동조합)에 이사로 참여하면서 후원금과 후원물자의 증감을 살펴봐도 코로나 사태 당시 줄어든 후원금과 후원물품이 코로나 사태 이전 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학에서 ‘내집단 선호성(ingroup favoritism)’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들은 어느 소속된 집단구성원 간에 특별한 결집력과 서로를 보호하려는 돌봄의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회사, 동네 등 혈연, 지역에 의한 구분으로 만들어진 내집단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놀이나 게임을 위해 만든 구룹 간에도 이런 감정이 작동된다고 합니다. 구체적 실험을 해보면 ‘옥시토닌’이라는 기분 좋게하는 홀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런 ‘내집단 선호성’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진화하면서 가족에서 부족으로 집단을 확장하면서 전쟁과 약탈을 통해 생존해 온 생존본능에서 만들어진 ‘부족본능’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느끼는 내집단 의식입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내집단의 범위가 가족과 혈연, 친족을 넘어서 사회공동체로 넓혀져 나가야만 사회구성원 전체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돌봄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사회구성원 전체의 정서나 감정이 뒷받침되어야 보다 넓은 내집단 의식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개개인이 겪는 경쟁과 선택의 문제가 치열해지면서 개개인이 의식하는 내집단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내집단의 범위는 좁아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 내부는 점점 더 이질화되고 사회범위는 국경을 넘어 세계화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노동시장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이미 우리 사회 안에 다국적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의 내집단 뿐만 아니라 다문화사회도 받아들여서 내집단으로 인정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김포시를 예로 든다면 김포의 북쪽 5개면 지역은 김포평야를 배경으로 하는 전통적인 마을들이 자리잡은 농경문화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제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많은 노동력이 다문화 인력입니다. 지역의 상가가 일부분은 그들의 일상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고 이슬람의 기도처가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보호받아야할 다문화 아동이나 여성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존 원주민인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함께 사회 내집단으로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고 아동을 돌보는 문제, 노인문제, 다문화 사회를 수용해서 돌봐야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가예산이나 정책이 이를 수용하려 노력하겠지만 보다 높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구성원들의 ‘내집단 선호성’이 나타나도록 내집단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외집단 구성원은 영원한 적이 아닙니다. 내집단의 노력에 따라, 공감능력의 확장에 따라 내집단 구성원이 되고 ‘내집단 선호성’이 작동되게 될 것입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간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적인 것’이 포용이나 돌봄같은 가치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가치를 회복해야할 때를 맞이한 것입니다.

▲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