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자료=국가보훈처 제공.

밸런타인데이로 알고 있는 2월 14일인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도 아니고, 안 의사의 서거일도 아닌 ‘사형선고일’이 몇 년 전부터 세간에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날이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 사열을 마친 이토 히로부미는 역에 모인 군중의 환대를 받으며 열차로 돌아가려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7발의 총성이 하얼빈역을 엄습한다. 안중근 의사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순간이다.

안중근 의사는 저격 후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안 의사는 현장에서 러시아군에 체포돼 1차 조사받은 후 일제에 넘겨져 뤼순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등 그의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감옥에 수감 된 지 4개월 만에 일본 재판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는데, 이날이 바로 114년 전 오늘인 1910년 2월 14일이다.

한편, 서양 문화인 밸런타인데이는 1980년대 중반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1930년대 일본 제과회사가 사제 발렌티노를 추모한다는 명분 아래 밸런타인데이와 초콜릿을 연계해 일본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밸런타인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이 정착됐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을 기억한다고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바로 알고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는 건 우리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안중근 열사에 대한 최소한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한 안중근 의사는 그해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동양평화론’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지만, 그의 유해는 오늘날까지도 발견되지 않아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가 옥살이하던 뤼순 감옥 근처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단지의 결기를 보이며 일제에 항거할 것을 맹세했던 안중근 의사의 정신과 얼. 그가 순국한 지 114년 후를 사는 우리는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