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유 명절 설이 코앞이다. 올해 설 연휴는 9일(금)부터 12일(월)까지 4일간으로 황금연휴까지는 아니어도, 새해 들어 첫 금쪽같은 연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설은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 친지를 만나 맛난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는 설렘과 기쁨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설빔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받는 세뱃돈을 기다리고 기다릴 터. 그래서 아이나 어른이 설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노래와 함께 말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어린 시절 별생각 없이 설날이 다가오면 부르던 노래. 그런데 왜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였을까?

❙일제강점기, 빼앗긴 우리말 우리 노래

첫 번째 주장은 ‘설날’의 발표 시기는 1924년으로 일제 강점기다. 이 동요를 작사‧작곡한 윤극영 선생은 당시 일본에 의해 우리말과 동요까지 뺏긴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동요를 만들었다.

이에 양력 1월 1일은 ‘신정’을 설날로 쇠던 일제를 까치로 비유했고, 우리 민족의 설날인 음력 1월 1일보다 앞선 시점이기에 ‘어저께’라고 비유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계에서조차 일본을 왜 까치로 비유했는지에 아직 밝히지 못했다.

❙까치는 동물이 아니다?

국어학계에 따르면 원래 섣달그믐은 ‘아찬설’ 또는 ‘아치설’이라 불렸다고 한다. ‘아찬’과 ‘아치’는 순우리말로 ‘작은(小)’을 뜻하는데, 설 전날이 ‘작은 설’이라는 뜻으로 ‘아치 설’이라고 했다.

추석이 ‘한가위’로 불리는 것과 같이 큰 설은 ‘한설, 한 첫날’로, 작은 설은 ‘아찬설, 아치설’로 불렸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아치’가 뜻을 상실해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뀌어 까치의 설날이 어저께가 됐다는 설이다.

❙설날과 까치의 관계

서양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까치’가 있다. 옛 어른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혹은 좋은 소식이 온다고 믿기도 했으니 우리 민족에 있어서 ‘까치’는 길조(吉兆)가 분명하다.

까치는 실제로 시각과 후각이 사람보다 월등해 주위의 냄새는 물론 사람의 냄새까지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의 표시로 우는데, 조상들은 먼 객지에 나간 자식과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 믿었다.

설날에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까치가 설날 동요에 등장하는 것이 어색할 리 없을 터. 그래서 까치의 설은 ‘어저께’일 수밖에 없다.

❙설화 속 까치

마지막으로 많이 알려진 설은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서도 설날에 대한 설화가 있다.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으나 왕이 까치와 쥐,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

소지왕은 동물들의 공을 인정하여 십이지신(十二支神)에 모두 넣어줬지만, 까치를 넣을 자리가 없어 까치를 뺏다. 소지왕은 그 대신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해 ‘까치설’이 생겼다는 유래다.

근거는 희박하지만, 삼국유사 원문에 나오는 설화의 주인공은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로, 잘못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4일간의 금쪽같은 설 연휴. 이번 설에는 아이들이 까치는 왜 설날이 어제냐 물으면, 당당하게 이야기해 주자.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