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청석학원장

“어떤 행동이 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 행동은 가치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유기체적인 감각 전체가 나의 지성 보다 더 믿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C. Rogers)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공감적인 삶, 실험적인 연구, 16권의 저서, 200편이 넘는 학술논문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학자입니다.

가끔 오랫동안 하던 일이 갑자기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하며 한동안 골똘히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자신에게 부여했던 의미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썩 그럴 듯 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숙고한 끝에 결정했던 일일 경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상담에 관한 서적을 읽다가 이 구절을 발견한 순간 최근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뚜렷한 이유가 없이 나란 유기체가 선택해온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위로가 되었습니다. 때론 감정이란 정서가 피로에 둘러 쌓이면 자신이 부여했던 가치있는 일을 선택하기 위해 부여했던 당위성이 오독되기 일 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유기체적 감각 전체가 선택한 것은 대부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칼·로저스의 의견입니다.

지식이나 정보, 지성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한계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안별로 맞는 지식이나 정보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부분적인 지식이나 정보는 종합할 수 있는 유기체적인 감각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고 그 정당성을 다시 음미해가며 자기 확신을 강화해 나가는 경우, 최초의 의미 부여가 편파적이고 허위의식에 의한 것이라면 개인은 자기결정의 희생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나의 유기체적 감각 전체는 수만 년을 진화해 온 진화의 산물이며 종족 특유의 계층별 유전자적인 특징을 함유한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해 온 결과물이 함축되어 사안에 대해 자동 반응하는 종합 체계인 것입니다. 이 부분을 현상학의 철학자 훗설은 ‘살면서 저절로 갖게되는 앎의 총체’로 ‘생활세계’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의 유기체적 감각 전체가 나의 실존에 정직하게 직면하고 있고 특정 부분에 오염되지 않은 균형적인 감각 전체일 것을 전제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인간이 가진 문화적인 것에 앞선 본능적인 신체의 안전이나 방어적 수단이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아레테의 삶(지혜, 자제, 용기, 정의)이란 결국 이런 인간의 유기적 감각 전체가 선택하는 순간의 브레이크로서 작동하도록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소크라테스는 실제로 로고스의 삶에 대한 균형추로서 아레테의 삶을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글 중 “몸은 길을 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제가 이 문장을 해석한다면 그가 말하는 몸은 유기체적 감각 전체일 거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최인훈은 그 소설에서 사랑을 느끼고 만질 수 있기 위해서 몸이 있는 것이라는 표현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볼 때도 몸의 선택, 즉 유기체적 감각 전체의 선택은 언제나 유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나의 유기체적 감각 전체를 정상적인 나의 이성 체계가 간섭할 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대체적으로 나의 선택은 옳다는 것이 칼·로저스의 의견 같습니다.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