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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를 위한 우리의 '서사(書史)'역사의 미시적 접근 측면에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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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14  17: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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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 했다. 즉, 세월의 깊이만큼 오랜 경험과 지혜를 쌓으며 열정과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특별하지만 평범한 우리 시대의 ‘어른’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기록되지 않는다면 영영 사라질 유산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에 김포문화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문화원협회(한문연)의 협조로 우리 지역에서 당대를 살았던,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화하는 작업(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진행했다.

지난해는 ‘선주(先主), 이주(移住), 그리고 주민(住民)-김포 원도심 주민의 생활상 변화’를 주제로, 올해는 한강하구에 있던 옛 포구(나루)를 대상으로 6‧25전쟁 이전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주민들의 생활사를 기록하는 ‘화려한 시간의 흔적, 김포지역 포구(나루)의 경제활동과 생활상 변화’를 주제로 지난 6개월간 추진했다.

씨티21뉴스는 김포문화원의 협조로 지난 6개월간 생활사를 기록하는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 ‘어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었으며, 이를 통해 생활사가 우리에게 왜 중요하고, 우리는 왜 생활사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생활사 기록가 양성교육.

❚ 평범하지만 특별한 ‘어른’들의 생생한 이야기

우선, 김포문화원은 생활사를 기록화하기 위해 10명의 기록가를 선발하고 약 2개월간 구술사의 개념부터 구술기록, 구술채록 기획서 작성은 물론 촬영의 영역까지의 양성교육을 통해 현장에 투입이 가능한 능력을 키웠다.

이어 문화원은 기존 마을문화 조사 등의 향토사 연구자료를 통해 구술자 20명을 섭외했다. 섭외된 구술자들의 평균 연령은 60~90대로 다양했지만, 이들 모두는 6‧25 전쟁 전후 김포 11개 포구 인근에서 생활하던 주민들로 당대 경제‧문화‧생활상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했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현장에 투입된 기록가들이 처음으로 한 작업은 사전면담이다. 기록가는 사전면담을 통해 구술자에게 이번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사전 질문지 전달, 앞으로 진행될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생활사를 채록하는데 첫 번째 관문이며 구술자와의 친밀감 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다.

사전면담까지 진행한 기록가는 본 면담에 앞서 현장감을 익히기 위해 이번 주제인 김포지역에 있는 포구를 탐방하고, ‘나루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존하는 11개의 포구, 운영 중인 2개의 포구에 대해 수집에 나섰다.

   
▲ 포구 탐방.

❚ 어린아이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우리의 서사(書史)

본격적인 면담에 앞서 기록가들은 생활사 주인공인 어르신들이 당시 상황을 되짚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충분히 습득, 면담을 풀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선정하고, 여러 차례 수정과정을 거친 후 면담에 들어간다. 면담 장소는 대부분 구술자가 평소 생활하던, 편하고 익숙한 장소다.

면담은 1차와 2차, 2번 이틀에 걸쳐 각각 2시간 총 4시간이 진행되는데, 고령인 어르신들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의 기간을 두고 1차와 2차 면담을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본 면담 시작을 시작한다.

영상팀까지 대동한 면담인 관계로 영상도구에 익숙하지 않았던 구술자들은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록가가 기억 너머 기억을 끄집어내자 이내 어르신들은 하나둘 기억을 되살리며 어떤 때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푸른 청년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삶의 무게를 어깨에서 내려놓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2차 면담까지 마무리된다. 면담이 마무리되면 이때부터 기록가들은 바빠진다. 두 차례 진행된 면담 영상과 음성자료를 바탕으로 녹취록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2차례 검수 과정을 거치는데, 1차는 지역전문가에게, 2차는 한문연 측 전문 검수 위원이 보완을 마친다.

한편, 면담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영상팀은 정해진 규격에 맞춰 영상 자막 작업 등 편집을 진행하게 된다. 편집된 영상과 편집 전 영상은 함께 보관된다.

이렇게 완성된 녹취록과 영상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 통합자료관리시스템과 한문연의 문화원통합자료관리 시스템에 아카이브 되며, 지역N문화 포털에 탑재돼 생활사 기록으로 보존되며 활용된다.

   
▲ 옛 전류리 포구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도움을 준 심상록 어르신과 아들.

❚ 생활사, 우리의, 우리에의 해 쓰여지는‘우리의 서사’

생활사는 문화 인류학에서 한 문화 속에서 자란 개인의 역사를 이르는 말이다. 그 문화의 중요한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 생활사의 조사는 문화 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생활사는 역사가 국가와 민족의 거창한 모습, 정치나 제도와 같은 틀, 영웅이나 위인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담고 있어 자신도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며, 역사의 미시적 접근이라 했다. (출처=사회과교육연구 제28권 제1호(2021)/역사교육 내용구성을 위한 생활사의 재개념화)

다시 말해, 큰 숲을 보는 게 역사라면, 나무 하나하나를 보는 게 생활사다. 우리는 생활사를 통해 세대 간 기억의 전승과 연대를 형성하고, 세대와 세대 간 기억의 저장고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에 이어 올해 김포문화원에서 추진한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은 실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꽤 함이 분명하다. 김포시는 생각이 통하는, 상식이 통하는, 교통이 통하는 70 도시 김포를 지향한다. 모두모두 좋다. 다만, 어제가 없는 김포는 없고, 오늘 없이는 김포도 있을 수 없다는 것만 인식하면 된다.

‘말’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지는 연기와도 같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처럼, 그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생활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서관, 아니 큰 박물관 하나를 잃는 셈으로 반드시 남겨야 할 가치다.

생활사는 평범해 보이지만, 아주 특별한 우리의, 우리에, 우리를 위한, 우리만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 면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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