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다. 김장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두었다가 밥과 함께 먹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김장김치로 말할 것 같으면 저장성이 뛰어나며 비타민이 많이 보유하고 있고,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채소염장식품의 대표 주자다.

이렇게 좋은 김장김치. 그러나 혼자서 하게 된다면 중노동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품앗이’라고 해 초겨울이 되면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행위를 예사로 여겼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김장문화는 지역 먹거리를 활용한 김장나눔 행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시대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포지역만 하더라도 11월 초부터 다양한 단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김장김치를 담그고, 담근 김치를 이웃과 나누는 행사 매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부터 22일 이틀간 진행된 ‘2023 지역먹거리 연계 김장나눔’ 행사는 김포농협, 김포시가족센터,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협의회(김포지구), 김포마하이주민센터, 아시아로컬푸드 복지협동조합 등의 단체가 뭉쳐 생활 여건상 김장김치 담그기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우리의 고유 풍습을 이어갔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도움으로 김포토종학교(교장 김도경)에서 진행한 이번 김장김치 나눔행사의 모든 재료 원산지는 ‘김포’로 우리 땅에서 우리 농부들이 키운 순수 토종 채소들로 21일부터 배추를 다듬고 썰고, 소금에 절인 후 건져낸 배추에 무, 대파 등의 채소와 젓갈 등을 김포산 고춧가루에 버무려 22일(수) 지역 단체들에 나누었다.

이번 김장김치 담그기에는 김포시가족센터 봉사자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들은 중국‧베트남‧캄보디아‧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결혼과 동시에 이주해온 주부들로 14년차 베테랑 주부부터 2개월차 새댁까지 출신지와 생활방식은 다양했으나 김장김치 담그기는 모두 수준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어려서부터 김장문화에 익숙해 있으니 이러한 행사가 낯설지 않겠지만, 천리만리에서 날아온 결혼 이주 주부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일일 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김장김치 담그는 일이 너무도 재밌고 신이 난다고 난리들이었다. 온 몸이 고춧가루 범벅이가 됐는데도 말이다.

중국 출신인 결혼 14년차 한 주부는 “우리 손을 직접 만든 김치를 다른 이웃과 나눌 수 있어 뿌듯하다”라고 말했으며, 선배 주부들 따라 얼떨결에 합류한 듯한 새댁은 “(여러 사람과) 같이 만들어 기분이 좋았다”라며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 솜씨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김포 생활 2년차인 베트남 출신 주부는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며 “베트남에도 매운 음식이 많아 고춧가루의 매운 향이 낯설지 않았다”라고 우리 음식의 친숙감을 표했으며, 절인 배추에 잘 익는 수육을 얹고, 그 위에 빠알간 김장 속을 올린 후 입안 가득 넣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네 주부다.

결혼과 동시에 한국 사림이 돼 김포에 사는 이들은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혹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동안 받기면 했다며, 자신들도 무엇인가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진정한 김포댁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어쩌면 이들은 오래전부터 계승되어온 우리 김장김치 담그기를 통해 추운 계절을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공동체의 지혜를 배움과 동시에 나눔의 미덕을 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갖는 유대감 얻은 게 아닌지 싶다.

김장문화는 김장김치를 담그는 행위에서 끝나는 게 아닌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면서 얻어지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처럼 우리의 김장문화 또한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3년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고유 풍습인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 판단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 이참에 우리 김포 땅에서 자란 배추와 채소로 김장김치라는 걸 담아 이웃들과 나눠보는 건 어떨지 싶다. 김장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수육과 함께 말이다.

한편, ‘2023 지역먹거리 연계 김장나눔’에서 담근 김장김치는 다문화 가정, 보호관찰 가정, 장애인 가정, 사할린 교포 가정 등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