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갑자기 건널목이나 사거리마다 각 정당의 현수막이 게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내용도 대부분 상대당에 대한 조롱이나 비난을 담고 있어서 새삼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는 듯했고, 게시 장소도 차량이나 시민들의 시야를 가리는 곳이어서 국민의 불만을 자초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옥외광고물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관한 내용을 게시할 경우 규격이나 수량 제한 없이, 관할 지자체에 신고없이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당협위원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내면 그 비용으로 보름 간격으로 얼마든지 붙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내용이 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대 당을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수막에 대한 제재는 헌법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니다. 따라서 법률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규제되어야 하고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위임한 권력으로 자신들만의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더구나 그 내용까지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치발전을 후퇴시키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급기야 일부 지자체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를 위해 개정한 법률로 얻은 특권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제재을 하기 시작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동원된 법률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상위법에 위임이 없는 옥외광고물법 시행을 제한하는 집행 조례는 위법하다는 이유로 옥외광고물법 집행 조례의 집행정지를 대법원에 제소하였으나 대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습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하고, 인천시민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서 헌법재판소가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국회에 정당현수막에 대한 내용과 게시 수량을 제한하는 조금 완화된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이마저도 정치신인들과 기득권 정치인과 공정한 경쟁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편파적인 것입니다. 12월부터 내년 총선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이제 거리는 온통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게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선거홍보 문구로 인해 선거에 대한 피로감에 젖게될 것입니다.

무분별한 정당현수막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정당현수막이 합법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인지 관할 지자체에서 기존의 불법현수막에 대한 선별적 단속도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포시의 경우 48번 국도나 이면도로에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린 불법현수막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불법 현수막의 유형들은 대충보면 시청에서 주관하는 행사, 읍 면동의 행사, 김포시 산하 단체 행사, 경찰서 소속 단체 행사, 학교 동문회 행사, 아파트 분양 광고, 친목회 행사, 운동선수 수상실적, 심지어는 친목회 누구네 아들의 고시 합격, 박사 획득한 홍보물까지 다양합니다.

48번 도로의 육교에 걸린 현수막은 주로 김포시 주관이거나 김포시 산하 단체 주관행사들이고, 이면도로에는 읍, 면, 동이 주관하는 행사에 관한 현수막이 걸립니다. 관공서의 경우에는 대로변 가로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에서 단속하니 시나 시 산하 단체는 불법현수막을 허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합법이라고 시민들이 인식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턱걸이 중이지만 기초질서가 선진국 수준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우측통행이나 쓰레기 안버리기, 교통질서 지키기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우측통행은 2010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등재해서 무던히 노력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불법현수막 문제는 공권력을 가진 관할 지자체부터 노력을 해야합니다.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의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정당현수막도 결국은 시민의 힘으로 폐지하게 될 것입니다.

▲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