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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의 사는 이야기> 낚시 이야기
최철호  |  webmaster@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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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0.12  09: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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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라는 것은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개인에겐 가장 진솔한 내면의 위로와 행복이 되기도 합니다. 제게 그런 취미가 두어 개 정도 있는데 그중 낚시가 그렇습니다. 30년 정도 민물 저수지에서 하는 대낚시를 했는데, 최근 3년 전 쯤부터는 견지 낚시를 시작해서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간날 때마다 유투브를 보면서 준비하고 실험하듯 여울에 가서 견주어보면 제 준비가 얼마나 어디가 부족한지 정검하게 됩니다. 주말에 갈 여울은 비소식에 따라 매일 매일 변화합니다. 한강홍수통제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날 그날 다리의 수위와 수문의 배수량을 확인합니다. 머리 속에는 수시로 변화하는 강물 주변의 풍경들이 그려집니다. 내 안의 희열을 느끼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느끼며 내가 도시의 대중 속에서 익명성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으로 존재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 낚시의 맛이 어디에 있는지 느끼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최근 견지낚시 동반자로 마눌님이 따라 나선 것입니다.

제 삶의 굴곡마다 낚시는 저에게 특별한 사연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형을 따라 다니던 대낚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완전한 제 취미가 되었습니다. 완전한 제 취미가 되었다는 것은 제가 독립적으로 모든 채비를 준비하고, 낚시터를 찾아 나서고, 혼자 즐기게 된 것을 말합니다.

충청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할 때는 총각에다가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취미가 낚시였습니다. 주말이면 완행버스를 타고 김해 지역의 낙동강 하류의 수로를 찾아 다니며 낚시를 즐겼습니다. 충남 태생인 나는 공무원 발령을 받고 내 생애 처음으로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미아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그 당시 공무원 생활이 맘에 들지도 않았고, 대학에서 공부할 나이에 돈벌이를 한다는 것이 영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하숙집 사람들이나 직장 사람들 하고도 별 교제도 없이 자폐아처럼 하숙집과 사무실을 오가다 주말이면 등산배낭에 낚시대 2개를 넣어 가지고 완행버스를 타고 김해 명지쪽, 낙동강 하구 쪽에서 해질 무렵까지 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어 돌아올 때면 고기를 방생하고 낙동강변인 구포 뚝을 어슬렁거리며 노을과 함께 걸어 하숙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절 낚시는 저의 구원이었습니다.

부산에서 공무원생활을 접고, 퇴직금으로 조치원으로, 서울 기자촌으로 고시공부를 하면서 떠돌다 김포로 오게되었습니다. 병을 얻고, 공부를 포기하고 형집에 얹혀 살면서 병치레를 할 때 또 낚시가 나를 구원해주었습니다. 완행버스를 타고 강화로, 자건거를 타고 인근 김포평야의 수로로 하루 종일 낚시를 하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부산에서 처럼 혼자 비를 맞고, 때때로 밤이슬을 맞으며 낚시를 했습니다. 그 시절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 만큼 고독의 무게가 컸지만 늘 내 곁에 낚시터와 낚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뒤 결혼을 하고 바쁜 생활을 하면서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낚시를 잊고 살았습니다. 어찌하다 지역의 정치에 참여하게 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을 했습니다. 낙선 후 정치 쪽의 번잡하던 발길을 끊었습니다. 갑자기 빈 공허한 시간 때문인지 저에게 낚시대가 손에 잡혔습니다. 이번에는 낚시친구 안내를 받아 강화 수로를 뒤지기 시작했고, 화천의 파로호 낚시터로 원정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낚시친구는 다름 아닌 선거 때 내 사무장을 맡아준 형이었습니다. 함께 담배도 끊고, 밤과 낮을 말없이 낚시로 그 세월을 이겨냈습니다. 방송대학교 공부하는 일과 낚시가 없었다면 아마 난 돈을 벌기 위해 뭔 사업이라도 하던지, 다시 또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을 것입니다. 그 뒤 4년이 흘러 또 한번의 지방선거가 지나갔고, 나는 유혹을 잘 참아내고 조용하게 그 세월을 보냈습니다. 사업을 했거나 정치를 했거나 망했을 것 같습니다.

그 뒤에도 암진단(전립선암)을 받고 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이 많아지던 밤엔 밤낚시를 다니며 즐거움으로 두려움을 달랬습니다. 이젠 염려를 하지 않을 정도 수준이 되었습니다. 늘 어려움과 힘들 때마다 즐거움을 준 낚시에 얽힌 사연은 끝없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추석연휴에는 연휴 첫날, 출가한 아들네와 딸네 식구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고 다음 날부터 마눌과 영월, 평창, 정선으로 견지낚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른 아침마다 경치좋은 여울에서 견지낚시를 하고 오후에서 주변 관광지를 구경하며 지내다 왔습니다. 겨우 돌고기 1마리를 잡고 왔지만 그 새벽에 구절초 핀 절벽 사이 계곡을 흐르던 강에서 피어오르던 물안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은 일을 하면서도 견지낚시가 하고 싶어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추워지는 날씨로 곧 견지낚시 시즌이 끝나는게 아쉽지만 한 번 아니면 두 번 정도 주말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탄강이나 임진강의 주상절리 아래 여울에 몸을 담구고 0.8호 가는 낚시줄을 띄우면 낭창 낭창한 견지대가 갑자기 휘어지는 전율을 기다리는 심정은 해본 사람만 알 것입니다.

   
▲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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