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개의 보드게임을 개발한 솔터어린이집 푸른나무(7세)반 어린이들.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어린이가 팔순을 훌쩍 넘긴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흔히 깜찍한 율동을 동반한 ‘재롱잔치’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마산동에 있는 솔터마을2단지 시립 솔터어린이집 어린이들에게는 ‘No thanks’다. 이곳 어린이들은 보드게임을 통해 왕 할머니‧할아버지 격인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교감은 물론 어르신들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노화를 늦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터어린이집은 2023년 교육 프로그램으로 ‘보드게임’을 활용한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푸른나무(7세)반 어린이들에게 도입했다.

▲ 자신이 만든 보드게임을 시연하고 있는 어린이들.

보드게임은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해야 한다. 순서를 기다리고 규칙을 배우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지혜롭게 규칙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장기 어린이들은 건강한 준법정신을 익히고, 협력하며, 게임에서 상대를 이끄는 리더십과 배려, 그리고 원활한 소통방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즉 ,보드게임은 놀이와 인성, 정서 등 융합 교육을 할 수 있으며, 같은 공간에서 가장 인간적인 유대감을 갖게 하고 공감 능력과 협업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데 매력적인 매개체가 바로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을 익힌 푸른나무반 아이들은 단지 내 노인정을 찾는다.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께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설명 후에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신나는 플레이 시간도 가졌다. 보드게임으로 맺어진 노인정 방문은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으로 이어진다.

▲ 솔터어린이집을 찾은 할아버지께 보드게임을 설명하고 있는 어린이.

어린이집을 찾은 할머니‧할아버지의 손에는 이미 화투장 대신 카드가, 머리에는 화투패 점수 계산 대신 보드게임 규칙 활용 방법이 앞선다. 1세대와 3.5세대가 보드게임으로 인해 하나 되는 순간이다.

김현정 솔터어린이집 원장과 7세반 교사들은 더 나아가 아이들이 직접 보드게임 만들어 어르신들과 어울릴 장을 마련하는데, 이 장이 바로 지난 1일 개최된 ‘인성 보드게임 섬머 페스타’다. 

푸른나무반 11명의 어린이는 페스타에 선보일 보드게임을 만들고자 병뚜껑, 종이상자, 휴지심, 빨대 등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기준과 규칙을 세우고, 친구와 선생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11개의 보드게임을 완성한다.

▲ 보드게임 제작회의.

드디어 디데이인 1일. 솔터어린이집 앞마당에서 ‘(내가 만든) 인성 보드게임 섬머 페스타’가 개최된다. 페스타에는 노인정 어르신들과 한지붕에서 한솥밥을 먹는 솔터어린이집 5~6세반 동생들도 초대했다. 

초대받은 어르신들은 시연에 나선 푸른나무반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5~6세반 동생들은 ‘형님들 너무 사랑해-알러뷰♡’를 가슴에 품고 언니, 오빠, 누나, 형이 직접 만든 보드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7살이 되면 자신들도 보드게임 개발자가 될 것을 꿈꾼다.

김부례 솔터마을2단지노인회 회장은 “자주 놀러 오는 이웃집 손주들이 올해는 화투만 만지던 노인네들에게 보드게임을 알려주고, 함께 놀아주니 부르면 언제나 달려간다”라며 그동안 노인정을 찾은 아이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이번 보드게임 전시회에 초대받아서 새로운 게임도 보고, 설명도 듣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너무도 즐거웠답니다. 작은 손으로 만들었다는데, 기특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아이들에게 화답을 보냈다.

▲ 식전 행사.

김현정 김포시립솔터어린이집 원장은 “유아들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고 1세대 어르신들은 심리적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간이었다”라며 덧붙여 “단지 내 행복주거센터의 지원과 부모님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아이들이 어르신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라며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교사들이 함께 했기에 이번 페스타를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이며, 물심양면 함께한 교사들에게 감사인사를 대신했다.

세대와 3.5세대가 교감하는 방법은 비단 보드게임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만, 솔터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보인 보습에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우리 부모들에 무엇을 해 드릴 것인지?’를 너무 멀리서 찾으려 고민하는 게 아닐까 싶다.

페스타가 끝난 후 솔터어린이집 아이들은 핸드폰 게임 대신 보드게임을, 솔터2단지 노인정에는 화투판 대신 보드게임 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후담이다.

PS. 우리 어린이들이 만든 게임은 무려 11가지로 다음과 같다.
축구게임, 시나 모롤 게임, 크라캔을 피해라, 푸바오 게임, 지렁이 게임, 몬스터 게임, 같은 그림 찾아라, 세계여행, 포켓몬 사다리 게임, 포켓몬 미션 보드게임, 동물의 생일파티.

▲ "우리 아들 기특하다". 페스타를 찾은 부모가 아이가 만든 보드게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형이 하는 거 잘 봐!" 한 어린이가 자신이 개발한 보드게임을 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형님들 너무 사랑합니다"

▲ 아가야! 이건 어떻게 하는 거니? 솔터마을2단지노인정 어르신이 어린이가 제작한 보드게임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 "할아버지! 이거 한판 하고 가세요". 페스타를 찾은 할아버지께 보드게임을 권하고 있는 어린이.

▲ '인성 보드게임 섬머 페스타' 초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