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구원은 자연에 집중하는데 달려있다."
-- 세네카(로마철학자) --

몽테뉴는 이 글귀를 읽고, 자기 주변의 가장 가까운 자연물인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그는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관찰한 바를 글로 써두었습니다. 그것이 에세이의 효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무료한 듯 한 일상의 날인듯 하지만 내 의식을 들여다 보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참 바쁩니다. 때로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자신도 보입니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듯 어떤 생각이 스치면 감정이 일고 욕구가 수면으로 튀어 오릅니다. 그런 다음 다시 몸이 움직입니다. 어떤 때는 의식이 떠오르고 감정이 뒤따르고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외부 대상들 사이에 내가 위치하게 되면 변화를 볼 수 없습니다. 그 변화가 너무 현란하기 때문입니다. 자연물로서의 나라는 자각을 놓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대상인 다른 사람이나 자연환경을 자연물로서 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연을 이용하는 대상물로서만 대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세기 유럽에서 실존주의가 개인에게 어떤 의미나 인과관계로도 연결되어있지 않는 세계의 무표정과 죽음이 유예된 삶을 설파했을 때 많은 서구인들이 열광했습니다. 신이 세계를 창조하고, 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든 기독교 문화에 익숙한 서구인들에겐 정말 새로운 발견이라 열광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2천 5백년 전 쯤에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배운 동양의 지혜 차원에서 바라보면 조금은 호들갑스러운 것 같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종교관에 따른 특정한 태도를 제외한다면 서구의 태도에 비해 동양의 태도는 자연의 일부이었던 탄생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죽음의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입니다. 객관적 자연물의 일부로서 자신의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동양이 서양에 비해 훨씬 자연 친화적입니다.

이런 면에서 동양의 지혜가 서양보다 더 성숙된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자는 인간의 내면을 통해 인간의 길을 발견했고 노자는 자연현상을 통해 인간의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간 내면이나 자연현상 모두 자연물의 일부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삶은 계절이 순환하듯 순환하는 시간 속에 흘러갑니다. 인생에서 성공적 삶을 움켜쥐고, 획득할 것 같지만 기실은 그렇게 정지되어 움켜쥘 수 있는 삶은 있지 않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고, 태양계가 우주를 향해 움직이고,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삶은 의식의 흐름이고 그것을 바라다보는 나의 관점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오면 숲은 푸르러 가고, 가을이 오면 봄 여름동안 익어온 과일이 열매를 맺습니다. 겨울이 오면 뿌리는 영양분을 저장하고 봄을 기다리며 그 시간에 정해진 그의 일을 합니다. 지구 상에 놓인 인간의 삶은 언제나 자연법칙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어느 경우에도 자연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 철학, 교육의 법칙들이 자연에 그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올바른 것 같습니다. 자연을 따라 흘러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전 과정이고 실제인 듯싶습니다.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