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막내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공주처럼 자랐습니다. 어른이 되면 공주처럼 대해주는 남자랑 결혼하는 게 소중한 꿈이었습니다”

김포에 거주하고 있는 류홍하(이주여성) 씨의 말이다. 그는 공주처럼 대해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예쁜 딸아이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그러나 류홍하 씨의 꿈은 얼마 가지 못했다. 남편의 이른 사망 때문이다.

“제 꿈은 대형 옷 가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꿈을 위해 혼자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아이도 생겼습니다. 아이가 사춘기(인데) 엄마가 한국말을 잘못해서 아이는 짜증 내고, 전 답답합니다”

역시 김포에 사는 이주여성 이승미 씨 사연이다. 이승미 씨는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한국말을 배우고 싶지만, 맞벌이 가정인 자신의 처지에 한국말을 배울 곳이 없어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고 한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큰 꿈을 가지고 한국에 온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여성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스며들기도 전에 삶의 현장에서 힘든 노동으로 누구인지도 모르고 사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룰 그 날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사는 우리의 이웃 결혼이주여성들.

이들이 지난주 토요일(22일) 꿈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자구책으로 ‘제1회 이주여성 비정상 라운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회에는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인 필리핀계 한국 정치인 이자스민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토론자로 참석해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의 발표를 본 토론자들은 “이주여성들의 목소리 듣기 위해 힘 모으겠다” 한목소리 냈으며, 이주여성들이 우리사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장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경숙 센터장은 “이주여성들이 발표할 때 문법이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경청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오늘의 발표를 통해 이주여성들은 더욱 성숙해 질 것이다”라며 확신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주여성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강자로 살길 바란다”라며, “상호문화 도시 김포 트랜드에 맞게 배우고, 나누고, 베풀면서 잠시 여행왔다 가는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시민의식을 갖고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며 이주여성의 사회참여에 앞장 설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