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여름. 김포지역 한 중학교 특수학급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급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일 학생 A와 B는 의견 대립으로 말싸움하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특수학급 교사 C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A 학생의 머리를 3회 가격했다.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측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이후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으로 경찰조사 후 검찰로 송치됐으며, 현재 법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부모와 해당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며, 학교 측에 특수학급에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교사와 학생 등의 인권침해를 들며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 의사표현 어려운 우리 아이, 학교에서 별 탈 없는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CCTV 설치 논란은 최근에 불거진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당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는데, 이 안의 골자는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영유아보육법’과 같이 특수학교와 학급에도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권 의원은 ▲폭행이나 학대에 대한 의심이 들어도 증거자료가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등 장애인 학생들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 ▲영유아와 같이 의사 표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점 ▲장애 학생 둔 부모가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인 단체 등이 개정안을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동안 2018년 강원 태백 미래학교(특수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인천 교남학교는 교사가 장애 학생 2명에게 폭행을, 서울 인강학교에서는 교사와 공익 요원들이 지적장애 학생을 학대하고 폭언‧폭행 일삼았으나 학생과 교사의 ‘인권침해’라는 구실로 학교 내 CCTV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아 조사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밝힌 김포시 한 중학교 특수학급 사례도 다를 바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사건 당시 같은 장소에서 교사의 폭행을 목격한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2차 가해다. 사건 당시 피해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부모들은 “피의자의 폭행 장면을 여러 차례 보고 그 트라우마로 정신적 큰 상처 받아 자해도 했다”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의사표현 어려운 우리 아이, 학교에서 별 탈 없는지? 특수학급 내만이라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사 등의 인권침해 등의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 CCTV 설치, ‘인권침해’ 우려 … 그럼, 장애인 학생과 특수교사의 인권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38개 특수학교와 2,230개 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한 교실은 한 곳도 없다. 이곳에는 의사소통이 일반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장애 아동 1만 9,989명(2021년 기준)이 재학하고 있다. 설치 근거는 있지만,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폭행 사건 수는 81건으로 이중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내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57건으로 약 70%에 달한다.

이처럼 장애를 가진 학생이 폭행으로 하여금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교원단체와 장애인 단체 등은 특수학교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며, 교내와 교실 등에 CCTV 설치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CCTV 설치는 특수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교육 현장의 사기를 저하해 오히려 교육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 ▲그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2016년 발의됐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애학생과 특수교사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특수학교·학급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경기 용인에 사는 장애학생 부모는 “특수학교(학급)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이 교육받고 있고, 이들이 의사소통 방식이 각자 다르기에 교육받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생, 학생과 지원자, 학생과 교사 사이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갈등과 신변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으며, “특수학교의 CCTV 설치는 장애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교사, 교직원, 지원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라고 CCTV 설치 의무화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CCTV 열람과 활용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절차적으로 완비돼 있다. 이에 대한 절차를 준용해 처리한다면 교권, 인권,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며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내에도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하고 법률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특수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특수교육(특수학교·학급)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애학생과 가족 모두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교원단체 등을 포함한 각종 단체가 인권침해 등을 주장하는 동안 이들의 논리에 밀린 특수학교(학급) 학생들과 교사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