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진고 2학년 김정원.

“나보다 앞서는 피조물이란 영원한 것뿐이며 나 영원히 서 있으리. 여기에 들어오는 그대,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 <신곡> 중 지옥편 제3곡의 문장으로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부분은 다른 게임과 책에서도 몇 번 보일 만큼 유명하다. 한국에서 전과, 낙인 등을 뜻하는 관용어인 주홍 글씨는 너새니얼 호손의 명작 소설 <주홍 글자>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이렇듯 고전의 조각들은 우리의 생활에 사이사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고전을 잘 읽지 않는다. 단순히 글을 안 읽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고전의 전개 방식, 이해되지 않는 지루한 내용의 문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한다. 오래된 것이 경시되는 사회는 전진 또한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고전 안에 단순한 스토리만 담겨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문학의 특징이지만 고전에서 더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대의 배경, 문화, 맥락 그 모든 것이 고전 안에 담겨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읽음으로써 간접적이고 사색적인 체험과 마주할 수 있다.

가령 걸리버 여행기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의 기억 속의 걸리버 여행기는 그저 걸리버가 소인국, 대인국, 하늘에 떠 있는 섬, 말들의 나라에 표류하며 겪는 일을 다룬 단순한 책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작은 나라에서는 아주 작은 일을 가지고도 법을 만들고, 큰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법만이 최고라 생각했으며, 하늘에 떠 있는 섬에서는 생활과 동떨어진 법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성이 있는 말들의 나라 휴이넘은 인간이 아님에도 누구보다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어 살아간다.

걸리버가 도착한 나라들을 통해 조나단 스위프트가 보여주려 한 것은 거짓말과 허울뿐인 법,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로 가득한 18세기 유럽이며, 이것을 비판하는 소설이 바로 걸리버 여행기다.

이것이 고전의 가치인 것이다. 그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 해석, 즉 작가의 생애, 소설이 쓰인 시대상, 쓰인 장소까지 모든 것이 합쳐진 작품이 바로 고전이다. 고작 책 한 권을 읽고 고민하는 것 치고 상당히 많은 것이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자. 무슨 고전이든 상관없다. 변신, 신곡, 데카메론, 셰익스피어, 동물 농장, 허클베리 핀의 모험, 오만과 편견, 어린 왕자 등 한 번쯤 들어본 책이어도 괜찮고 읽어본 책이어도 괜찮다. 우리는 지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대로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곰곰이 생각하여 읽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읽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얻을 것이다.

우리가 겪지 못한 세상에 대한 체험이 우리에게로 다가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