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절. 한 해 동안 하늘의 기운을 빌며 지었던 농사. 마무리 기간인 이맘때가 되면 농촌 이곳저곳에서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가을걷이 후 한해 농사를 무탈하게 지을 수 있게 지켜주던 하늘과 조상께 감사를 전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러한 의식은 도시화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김포시 월곶면과 같은 농사로 업을 삼고 있는 마을에서는 꾸준히 이 의식을 진행해 왔으나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이어진 코로나19로 이마저도 못하게 돼 농군들은 그저 죄송스러움뿐이다.

하늘과 조상이 이들의 마음을 읽었을까. 전염병 확산이 완화된 지난 22일(토) 월곶면행정복지센터 너른 마당에서 스무번째 여는 ‘풍물패 노나메기 가을걷이 풍물한마당’이 4년 만에 부활했다.

오후 1시. 풍물패 노나메기의 길놀이로 한마당이 시작되고 고사굿(비나리)으로 본격적인 굿판이 펼쳐지자 농민들은 술 한잔을 조상께 올리고, 절을 하며 복(福)과 길(吉)을 바란다. 덕분에 제물로 올려진 돼지주둥이는 점점 더 크게 입을 벌려야 해 이곳을 찾은 이들에 즐거움을 더했다.

민요가락이, 사물놀이와 장고춤, 한량무 등이 흥을 돋우는 동안 마당 한편에는 쌀, 고구마, 순무, 참기름 등 월곶면표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월곶쌀롱 직거래 장터'가 열렸으며, 월곶면주민자치회에서 준비한 음식과 현장에서 떡메를 처 만든 떡을 풍물한마당을 찾은 이들과 나누었다.

송덕득 풍물패노나메기 회장은 “농민들의 수고와 땀으로 가득찬 황금들녘은 쌀값 폭락으로 누렇게 뜨고 말았으나 그래도 가을 감사의 계절이다‘라며 ”한해 농사로 보면 다른 해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모여 밝은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가을이다”라며 이날을 환영했다.

4년 만에 여는 ‘풍물패 노나메기 가을걷이 풍물한마당’을 통해 우리의 춤‧가락‧먹거리‧놀이로 하나 됐던 그런 날이었으며, 이날 이들의 의식은 월곶면을 넘어 김포 전역에 복(福)과 길(吉)를 전했다.

한편, 이번 풍물한마당은 경기도와 김포문화재단,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종합지원사업 ‘돌아온 복노나주’의 도움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