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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업이', 아지네마을에서 안락사없이 생 마감하길…시설 “200여 마리, 이곳 떠나면 모두 안락사 위기” … 김포시 “난감한 상황”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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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25  1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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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 한 마리가 보신탕집에 끌려갈 위기에 놓인 일이 발생했다. 암컷인 이 개는 당시 새끼를 배고 있는 상태였고, 몸 전체에 진드기를 비롯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다.

한 시민이 몇 푼을 받겠다고 새끼를 밴 개를 팔까 싶어 개 주인을 말렸나 견주는 막무가내였다. 보다 못한 이 시민은 결국 입양 의사를 밝히고, 견주에게 50만원을 지불하고 시베리안 허스키를 입양한다. 그 개는 입양 후 ‘업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업이가 입양된 날은 7월 9일. 그리고 두 달 후인 9월 8일 업이는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유기동물보호소 ‘아지네마을’은 이렇게 시작됐다.

   
▲ 94세 '업이', 아지네마을은 이 아이 구호로 시작됐다.

■ 국민청원 … 지난 3월, 국민 동의 10만 건

지난달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철거 위기에 놓인 유기견 보호소에 대한 청원 3건이 접수된다. 그리고 청원 마지막 날이던 3월 3일 청원을 동의 10만(3건 합산)을 훌쩍 넘기며 마감됐다. 청원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한 20만은 채우지 못했지만, 그 내용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음을 가늠하게 했다.

청원의 중심이 된 유기동물보호소는 ‘아지네마을’이다. 이곳은 수년간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해온 시설로 현재 200여 마리 유기견을 보호 중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국민신문고에 동물보호법과 가축분뇨처리시설, 건축법 위반 등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었고, 주무부서인 김포시청 축산과는 답변에 나선다. 이어 지난 1월 민원이 다시 접수됐다. 이번엔 불법건축물에 대한 민원이다.

청원인은 "200마리의 대형견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갓 태어난 강아지까지 안락사 시키는 유기견보호소와는 다르게 깨끗한 환경과 철저한 규칙으로 유기동불을 보호하고 있다”는 호소다.

   
▲ 아지네마을 스탭 김정석 씨가 강아지를 돌보고 있다.

■ 난감한 김포시 … 위법사항을 덮을 순 없어

딱한 일이지만 행정당국인 김포시의 입장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시는 행정력을 총동원한다 해도 민원 접수 건이며, 조사결과 건축물 자체가 위법임을 확인한 상태에서 ‘불법’ 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원이 발생한 만큼 시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원상복구 시정명령 사전통지를 내렸다. 또한, 원상복구 시정명령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 및 건축과에서 이행강제금 부과를 의뢰해야 한다고도 알렸다. 다만, 그 전에 시정될 경우 민원사항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첫 민원발생 부서인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축산과는 “농지법과 가축분뇨법에는 하자가 없다“고 했으며, 양촌읍 산업개발팀은 ”건축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2차 계고기간이 지났고, 시는 20일 후인 다음달 13일 3차 계고를 준비하고 있다.

   
▲ 아지네마을 견사 입구

■ 200여 마리 나이 많은 대형견은 어디로?

3월 중순 아지네마을읖 찾았다. A동부터 D동까지 각 호실마다 견공의 이름과 특징 등이 적혀 있었다. 대형견이라 견사마다 한 마리, 혹은 두 마리의 씩 보호되고 있었으며, 이방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개들의 엄마격인 박정수 소장은 보이지 않았는데, 아지네마을 스텝인 김정석 씨는 평소 천식과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그가 민원 발생 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몇 해전부터 이곳 아지네마을에서 박 소장, 그리고 견공들과 함께 해온 김정석 씨는 “일하면서 아이(개)들을 보면 더 도와주고 싶고, 더 안아주고 싶다”며 “이런 문제(민원)가 불거져 많은 봉사자가 이곳 아이들이 거리로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며 애태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지네마을 박정수 소장은 씨티21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견들 중 98%는 대형견으로 이 중 1/3은 생후 10년이 넘은 견들로 건강하지만 입양 자체는 어렵다. 시보호소를 가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안락사되기 때문에 그것을 뻔히 알면서 보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정명령을 받은 만큼 행정 조치인 이행강제금(연 2천만원 정도)을 내야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끝까지 책임지겠다. 만일 갚지 못할 경우 노역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지킬 것이다. 그 대신 만일 아이들의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 김포시 양촌읍에 소재한 유기견보호소 '아지네마을' 입구.

■ 박정수 소장은 왜 ‘아지네마을’을 지키려하는 가?

박 소장에게 이렇게 까지 지키려는 이유는 뭔지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유라는 거보다 아이들은 말만 못 할 뿐, 생명은 다 똑같다. 내 몸이 무너져 내리면서 아이들을 보호했는데, 내 새끼들인데, 내가 아이들을 책임지겠다고 한 이상 내가 힘들다고 손을 놓는 다면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그건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먹혀들어 가지 않는 변명이다. 그러므로 나는 끝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ps1. 김포시 양촌읍에 소재한 ‘아지네마을’은 유기견보호소입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곳에 수용된 개들을 대부분 유기견의 보금자리입니다. 그러나 불법건축물로 판명된 이상 행정당국인 김포시도 법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일부 소형견들을 빼고는 이곳 아이들은 나이가 많은 대형견들이라 분양 받겠다 나서는 이도 전무합니다. 이곳 200여마리 아이들의 보금자리 지켜줄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게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실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ps2. 아지네마을 초창기 멤버인 '업이'는 2009년 생으로 올해 나이 94세 입니다. 이는 강아지 나이 환산법(5n+13)으로 5+12년+13=74세(소형견 기준) 이나 업이는 대형견으로 여기에 20세를 더해 94세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한국동물병원협회 기준)

   
▲ 봉사자들은 2009년 생 '업이'가 안락사 없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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