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에서 힐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떤 이는 여행으로, 어떤 이는 문화 향유로, 어떤 이는 스포츠로 지친 심신을 보충시킨다. 그러나 미감을 통해 힐링하는 시민도 상당할 듯. 식도락을 즐기는 미식가는 아닐지라도 맛난 음식을 먹으면 기분까지 좋아지니 어찌 힐링이라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맛집’이라는 곳이 그렇다. 전국에 알려진 맛집이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돈이 아까울 것이고, 우연히 지나다 만난 허름한 집의 음식이 자신의 입에 맞는 다면 그 집이 바로 ‘나만의 맛집’으로 등록시킨 경험들이 있을 거다.

맛 이라는 게 결국은 자신의 입에 맞아야 맛있는 건데, 요즘은 매스컴과 SNS에 오른 집의 음식을 맛으로 알고 있으니 이젠 이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씨티21뉴스는 맛집의 개념보다는 음식이 맛있는 집을 소개할까 한다. 물론 김포 관내에 있는 곳이다.

┃아구 or 아귀 and 물텀벙

바닷물고기 중 유독 못생긴 자태 덕에 예전에는 대접 한번 받지 못하고 물에 그냥 버려졌다는 아귀. 그래서 ‘물텀벙’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그 대접 톡톡히 받고 있으니 바다 생물 세계에서도 개혁이 일어났다.

아귀 효능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래도 잠시 풀어가는 게 맛난 아귀요리에 대한 예의. 흔히 ‘아구’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귀’다. 아귀의 간은 열량뿐만 아니라 비타민 A의 함량이 상당하다.

겨울인 12월부터 2월에 잡힌 아귀가 육질이면 육질, 맛이면 맛이 좋다. 아귀는 찜이나 탕으로 조리해 먹는다. 그러나 집에서 하기란 대략 난감할뿐더러 맛도 보장 못 하니 어설픈 도전정신은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잠재우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콩나물과 미더덕 and 마법의 소스

콩나물은 아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 아귀는 마법의 소스와 함께 어울리며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김포 운양동에 있는 ‘김포元마산아구찜’ 김준수 주인장께 마법소스에 대해 살짝 여쭤보니 귀띔 해 준다. 바로 아귀를 삶은 물, 즉 육수에 있다고….

아귀의 손질은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 미끌거리는 육체와 너무도 강건한 뼈를 가지고 있기 때문. 보통 생 아귀보다는 냉동으로 쓰는 아귀찜은 그 해동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요리의 퀄리티를 높이는 비법이라고 하지만 인심 좋은 이곳 주인장이 다시 귀띔 해 준다. 얼음물로 6시간에서 8시간 해동한다고 말이다.

아귀찜의 주인공이야 단연 아귀겠지만, 콩나물이 빠지면 진정한 아귀찜이라 할 수 없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콩나물은 일반 콩나물과 격이 다르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무침용 콩나물도 아닌 것이 일반 찜 콩나물도 아닌 것이 그 중간 두께로 주문, 제작, 맞춤형 콩나물이란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아삭하고 치아에 끼는 일도 드물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밑반찬 포함)은 이 육수가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입에 착착 붙은 맛이 범상치 않다. 밑반찬으로 등장하는 샐러드, 멸치조림, 열무김치 할 것 없이 미각을 부끄럼 없이 자극하기 충분하다.

┃멋, 맛 and 선택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볼 때 우리는 대접을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상다리가 휘어지지 않아도 좋다. 소박해도 멋있는 밥상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여기에 맛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여기에 먹고자 하는 걸 선택할 자유가 주어진다면 따봉일 터. 이곳에선 이 세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사실.

다양한 손님의 취향을 일순간에 잠재운 주인장의 재치가 이채롭다. 주 메뉴(아귀찜이나 탕) 주문 시 메뉴판에 있는 코다리 구이, 더덕구이, 도토리묵, 메밀 부추전, 계란찜 중 2가지 음식을 선택할 수 있어 재밌다.

코다리 구이의 경우 일반 코다리 전문점보다 살짝 맛있다. 쫄깃하면서 촉촉한 맛이라고나 할까. 몸값 비싼 더덕은 이곳에서는 평범할 뿐이다. 도토리묵 또한 어떠한가. 여심을 마구잡이로 뒤흔들어 놓는다. 메밀부추전은 어떻게 부쳤기에 그 바삭함이 오래도록 지속하는지 글로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어 무척 아쉽다.

┃일본의 서비스‧친절 vs 한국의 정성

일본의 서비스 정신이야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바이다. 주인장은 이런 일본의 서비스 정신인 친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손님은 대접을 받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이라는 이야긴데 맞는 말이다. 제 아무리 음식이 맛있으며 무슨 소용이겠는가. 푸대접을 받는 다면 열었던 지갑도 다시 닫을 터.

여기에 한국의 정성이 가미하니 따로 MSG를 넣지 않아도 충분하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아귀는 한겨울인 12월에서 2월에 잡히는 녀석들이 제 맛을 낸다. 주인장은 이 시기 아귀를 사 즉석 냉동시켜 사용한단다. 모든 재료는 이러한 주인장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문지방도 넘기 힘들다. 원가의 이익보단 정정당당한 맛을 선보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하루 식재료가 모두 소진 시 영업장 문을 과감히 닫는다. 매출을 조금 더 올릴 요령으로 어설프게 식재료를 아무 곳에서 구입해 사용하지 않기에 그렇다. 혹여, 이곳을 방문했는데 식재료 부족으로 영업이 종료되었다고 해도 박절히 생각말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주인장의 철학이자 손님과의 약속이니 말이다.

┃어린이 with 어른의 공간

이곳에 없는 게 있다. 바로 어린이 메뉴다. 아귀 요리를 먹고 싶은데 어린이와 동반하면 아주 난감할 상황. 그래도 걱정할 건 전혀 없다. 어찌 영양과 맛이 만점인 아귀요리를 어른 입만 호강을 할 수 있으랴.

동반한 자녀는 반드시 영양을 꽉 채워 보낸다. 어떻게? 라는 의문이 생기는 건 부모라면 당연히 던질 질문이다. 여기서도 마법의 소스 비밀을 풀면 간단히 해결된다. 아귀를 삶은 물(육수)과 갖은 양념과 버무리기 전 통통한 아귀 조각을 선별, 꼬마 손님만을 위한 아귀요리가 등장한다. 여기에 조미 김과 자극적이지 않는 국이 친구가 돼 대접한다.

여기서 나오는 밑반찬 또한 삼삼해 어린이들이 먹기에 딱! 이다. 여기서 팁을 주자면 선택할 수 있는 추가 메뉴 중 자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선택하면 좋다. 예를 들어 계란찜이나 메밀 부추전 같은 메뉴를 선택한다면 온 가족이 만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위암 수술로 입맛을 잃은 아버지 몸보신 해 드리기 위해 김포의 여러 곳을 다녔다는 효심 가득한 아들. 그 아들 손 잡고 찾은 이곳에서 아버지는 주름진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정성어린 음식 한 점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값진 선물인가보다.

쌀쌀하고 쓸쓸한 가을날이라지만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아귀 요리와 사랑에 빠져보자. 맛집 보다는 음식 맛이 제대로인 ‘김포元마산아구찜’에서 말이다.

'김포元마산아구찜'은 김포한강11로 288-27(운양동) 한강프라자 3층에 있다.  평일 예약은 대 환영이나 주말은 직접 발품 팔아 찾아 온 손님께 살짝 양보한다. 각종 문의는 (☎031-997-3200)로 하면 된다.

ps. 단출한 인원으로 아귀 요리가 부담스러운 점심. 점심특선도 상당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