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영화 극단 인향 대표

2009년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된 이번 작품은 타 시도에 비해 환경이나 지원의 측면이 열악한 김포에서 활동하는 극단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돼 공연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올해 초 ‘그 여자의 바다’를 시작으로 또 다시 왕성한 활동에 들어간 노영화 극단 인향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습장에서 만난 노영화 대표와 극단원들은 쉬는 시간도 아까운 듯 절치부심 연습에 몰입해 있었다.

인근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한 노 대표는 빡빡한 연습 스케줄로 인한 피로가 가시지도 않았을법 했지만 이내 숨을 고르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최근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계신데 요즘 근황이 어떤지...
A 6월 19일 7시30분과 20일 3시와 6시 여성회관에서 2009년도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작 ‘2009 아버지가 사라졌다’ 조원석작,박경수연출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Q ‘2009 아버지가 사라졌다’라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A 이 작품은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가정에서 목사인 아버지가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한 법정드라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10여년 간에 걸쳐 성폭행 당했다는 딸의 증언으로 인해 8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아버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딸에게 결코 항소할 수 없다며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의문을 품은 한국인 변호사 제시카는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하여 항소를 하게 된다.
딸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아들을 낳기 위해 한 번의 동거와 두 번의 결혼을 하면서까지 여섯의 아이를 둔, 아들을 낳지 못한 제 어머니를 버리고 자식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 파렴치하고 증오스러운 인물로 진술하지만 변호사 제시카는 아버지의 행동이 비록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긴 하나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과잉보호임을 내세우며 미국사회는 물론 그의 딸들조차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변한다.
극은 법정이라는 공간을 통해 근친상간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할 범죄를 다루면서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충돌에 이의를 제기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집요한 진실 공방을 벌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해체되고 파괴되어가는 한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더불어 인간의 평등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오늘의 사회 속, 여전히 남성에 의해 짓밟히고 억압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Q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애로 사항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
A 작품의 배경이 미국의 법정이다 보니 재판의 과정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부분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또한 작품의 전반적인 부분이 법정씬이어서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잡아내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Q 극단의 대표이자 연극협회 지부장, 한국예총 김포시주 수석부회장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스스로 어떤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고 또한 다른 이들이 바라볼 때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A 나는 공연 예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 대표자리가 가장 친근하다. 그러나, 연극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다른 어떤 자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여러 사람들이 무대예술인으로 기억해줘 고맙고, 당연히 예술인으로 남고 싶다.

Q 혹자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순수예술인 연극은 의도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오랜 세월 연극인으로 지내오면서 ‘연극은 이런 것이다’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면?
A 연극은 영화나 디지털 매체에 비해 복제화 대량유통이 불가능한 일회적인 현장예술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과 배우가 한번 호흡하며 서로의 공감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연극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오늘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적극적 장이 바로 연극이다.

Q ‘그 여자의 바다’에 이어 ‘2009아버지가 사라졌다’를 공연하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두 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 있는지...
A 2009 아마추어 연극제에 ‘하녀들’로 연출작업을 할 것이고, 8월 7일 거창국제연극제에 ‘경숙이, 경숙아버지’가 참가할 예정이다. 김포 문화예술제 때는 다른 작업하나, 아마 박근형 작가 것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준비중이다. 하나 더, 소외시설 공연 ‘배비장전’도 문화예술위원회 워크샵에 다녀왔다.

Q 제대로 된 문화 예술 공연이 거의 없다시피한 김포에서 극단을 이끌어 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항상 하는 얘기지만, 전문공연시설에 대한 것이다. 김포 역시 거대해지는 시점에서 이에 발맞춰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대한 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왜 이리 더디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인터뷰를 마친 노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관객들이 많이 관람하러 왔으면 좋겠다. 남은 연습을 마저 해야 겠다" 며 바삐 연습실로 돌아갔다.

▲ 좌측부터 박경수 연출, 노영화 극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