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장기동 장애인복지관내 주간보호센터는 예전에 비해 밝고 환해진 느낌이다.
주간보호센터는 시가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관리를 위탁해 낮 동안 18세 이하 재가 장애인 열 아홉명을 돌보며 재활교육을 병행하는 곳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건물 1층 물수건 세탁 작업장의 역한 소독약 냄새를 피해 들숨을 참고 물이 흥건한 통로에 흩어진 집기들을 이리저리 돌아 좁은 계단을 올라야 했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생업을 위해 자녀를 맡기는 부모들의 심정이 헤아려져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심란함을 느끼게 했던 센터는 지난해 10월 조선희 원장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주출입구를 작업장으로부터 분리해 주변을 말끔히 정리했다. 자원 도우미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의 표정은 안정되고 편해 보였다.

“우리 애들은 정말 순수하고 예뻐요. 복지관이 12개소나 있는 부천에 비하면 김포는 시설환경이 열악한 편이지만 저는 아이들만 생각해요.”

둥지는 주인을 닮는다. 복지사 8년 경력의 조 원장은 분홍색 구슬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대개 고아를 불쌍히 여기는데 실은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행복해요. 오히려 집에 있는 아이들이 부부와 형제 간의 갈등 요인이 돼 건강한 가족 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지요.”

조 원장은 센터의 목표를 '아이들의 행복'으로 정했다. 올해 기획한 것은 전문가들로부터 듣는 '부모교육'이다. 장애아를 돌보는 가정의 건강을 위해 격월로 부모 간담회를 계획하고, 방학을 활용해 형제자매의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원장은 특히 아버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이 팔찌 이쁘지요? 우리 아이들 작품이에요. 구슬을 집어서 옮기는 것도 어려운 아이들이 한 개씩 끼워 팔찌를 완성했을 때의 감격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나이가 차 이곳에서 나가서 밖에서 '자활'해야 하는 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조원장은 아이들이 만든 팔찌를 위탁 판매해 금액만큼의 통장을 각자에게 만들어 주고 있다.

성정이 맑은 장애아들과 정상 아동들과의 사귐은 정상아들의 사회성 함양에도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아이들 사이에 벽을 만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조 원장에게 최근 고촌 풍곡리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하늘구멍'이 한 달에 두 번씩 통합교육을 약속해 서로 오가며 갖는 교류는 의미가 크다.

“아이들에게는 땅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하늘구멍'에 가면 흙을 만지며 놀 수 있는 마당을 너무 좋아해요. 저의 제안을 받아준 하늘구멍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이들의 열린 마음에서 언젠가 실내 놀이터에 갔을 때 센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자녀들의 팔을 “이리 와” 나꿔채던 엄마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료했다.

요즘 조 원장의 마음은 온통 한 곳에 쏠려있다.
“어제도 보고 왔는데 내내 눈에 밟히네요.”
심장수술 경력이 있는 열 두살 혜진이는 월초에 치과 진료 차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급성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성 진단을 받았다. 조원장은 심장재단에 이 사실을 알렸고, 지난 20일 혜진이는 재수술을 받았다.

중환자실의 혜진이를 면회한 조 원장이 혜진이를 다독이자, 혜진이는 조원장의 손을 가만히 끌어다 아픈 가슴에 대며 눈물을 글썽였단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인데…”

혜진이는 정신지체 1급.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6년전 아내를 사별한 후 삶의 의욕을 잃고 술에 의지하고 있다. 경제활동은 물론 간병을 기대하기 조차 어렵다. 때문에 부천시에 요청해 낮 동안은 간병 도우미를 배정받았지만 퇴원 때까지 추가 비용 마련이 조 원장에게는 큰 숙제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조 원장과 자칭 센터의 '살인 미소' 지연이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 오는 길. 곧 혜진이의 환한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주간보호센터 http://www.kp-daycare.or.kr ☎ 983-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