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장 폴 싸르트르 -

싸르트르는 위 저서에서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말이 실존주의의 제1원칙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말의 앞 부분에는 그 유명한 싸르트르의 선언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것은 인간이 먼저 실존하고 세계 안에서 스스로를 만나게 되며, 세계 안에 불쑥 나타나 나중에 정의되는 것을 말한다고 싸르트르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거나 현실에 던져졌을 때 본질을 알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결국 미래에 자신을 투기(投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바라는대로 본성을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없다는 전제는 인간의 본성을 설명할 수 있는 신의 부재를 믿는 싸르트르의 무신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입니다. ‘투기(投企)’라는 단어는 실존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인데 자신을 던져 뭔가를 도모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래에 만들어지는 사람들 개개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듯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쉼없이 곁눈질해가며 살아갑니다. 자신을 타인들의 시선으로 객관화(시튜아시옹)하는 작업을 하며 살아갑니다.

서로 마주보며 평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장님이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 경우 눈을 감은 사람에게 유일한 나침판은 촉각으로 얻어진 사물에 대한 자기확신 뿐입니다. 실존에 던져진 개인들에게 유일한 나침판이 타인이란 뜻인 것 같습니다. 객관화가 지나쳐서 끊임없이 타인의 것을 욕망하고 성취하면서 타자로서 살아가게 될까 두렵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물질로 치환되어 획일화되는 법칙에 빠져 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면 스스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들은 그들의 시선의 척도를 제공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야 할 윤리와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인간 개개인의 실존의 책임이 개개인에게 있다면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하면 인간의 실존은 인류 전체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이 실존주의에서 가장 크게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미래의 존재를 만들어 가는 자신을 투기(投企)하는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실존을 직시하지 못하는 부유물로 떠다니는 타인의 지옥에 빠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투기(投企)하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지 않는 실천은 니체가 말한 자신의 동경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욕망을 향유하고 타인의 성취를 흉내낼 뿐 자신에게 다가 선 자유의 성취를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것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가며 늙어가는 신체의 변화를 느낍니다. 내가 투기(投企)해서 만든 내 미래의 실존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자신의 동경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