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호 청석학원 원장

누구나 노인(老人)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노인(老人)이 되지 않고 자연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노인은 어떤 이미지일지가 궁금합니다.

한국은 노인문제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3관왕의 불명예스런 기록 보유국입니다. 첫번째는 노인 자살율입니다. 매년 65세 이상 노인 3천명 이상이 자살합니다. 두번째는 노인 빈곤율입니다. OECD국가 평균의 3배에 달하는 노인 인구의 40%가 빈곤 노인입니다. 세번째는 노인취업율입니다. 노인 인구 38%가 취업 노인입니다. 사실 이 세가지 기록은 빈곤에서 파생된 문제인 것입니다.

이 기록으로만 본다면 노인은 '쓸모없는 존재'나 '한찮은 존재' 또는 '거추장스런 존재'의 이미지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떤 학자는 노인의 이런 개념을 'NO人'이라고 표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거칠게 해석하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표현 같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남루한 행색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의 이미지가 상상됩니다.

일본에서 <플랜75> 란 영화(하야카와 치에 감독)가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국가가 안락사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생산력도 없고, 효율성도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 만을 필요로 하는 노인의 퇴진을 국가나 사회가 원하는 내심을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노인(老人)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중국의 고서 『한비자』에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국시대에 제나라의 황제 환공과 재상 관중이 전쟁터에서 승리한 후 귀환을 서두르는 와중에 군대가 길을 잃었는데, 이 때 관중이 늙은 말들을 풀어 귀환길을 찾아냈다는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즉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길을 찾아내는 지혜로운 존재라는 표현으로 노인의 쓰임새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지 도슨(George Dowson)이란 분은 90이 넘은 나이에 글을 배워 101세에 『인생은 아름다워』란 책을 출판했다고 합니다. <어른 김장하>(김현지 감독)란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김장하 노인이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사재를 털어 다양한 교육사업과 사회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런 종류의 노인(老人)의 이미지를 “Know人”으로 표기한 학자도 있습니다.(한국방송대학교,유범상) 이런 유형 노인의 이미지는 “노인은 도서관 하나와 같다” 라든지 “지혜로운 존재” 등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이미지는 사살 이상적이고 상상적인 이미지고, 현실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점잖은 노인 혹은 체통있는 노인,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노인을 사회가 은연 중 강요하는 노인의 굴레인 것입니다.

위 두 유형의 노인 외에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노인은 “활동적인 노인(老人)”같습니다. 이런 노인들의 노후 활동은 “인생 이모작”이라고 표현되는 개성적인 노인의 유형입니다. 이런 유형의 노인은 신비화되거나 상상적인 노인의 유형이 아니라 드물지만 우리 앞에 보여지는 노인의 유형이지만 재정적 능력과 본인의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이상형일 것입니다.

사회가 젊은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자 개성있고 주체성있는 다양한 개개인으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청년들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주체성이 없는 유아처럼 대하거나 유용성 유무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노인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일 뿐입니다.

결국 노인은 젊은이가 세월이 흘러 늙음의 무덤으로 들어갈 운명에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간입니다. 젊으나 늙으나 인간은 현실의 실존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뿐이고 사회공동체도 독립된 인격으로 바라다 봐 줘야만 공동체의 연속성이 모순없이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나이 든 보통 사람으로 노인을 바라다 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