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 오피니언
<최철호의 사는 이야기> 어느 침팬지의 사색
최철호  |  webmaster@city21.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4.27  09:43:3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사람을 실족하게하는 것은 발아래 돌뿌리나 흙더미다. 태산이 높다해도 사람이 태산때문에 넘어지지 않는다. --한비자--

먼 데 있는 것에 대한 욕심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을 무시하지 말라. 그리고 지금 가까이 있는 것도 한때 당신이 갈망하여 소망했던 것이었음을 기억하라. --에피쿠로스--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한비자를 읽었다. 에피쿠로스와 한비자가 동서양의 벽을 뛰어 넘어 같은 시선을 보인다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현실의 결핍을 인식할 능력을 지녔고 그로 인해서 ‘있어야 할 것’을 얻기 위한 꿈을 꿉니다. 그 꿈을 위해 먼 곳을 바라보고 멀리 있는 것이 갖고 싶어 소유의 열병을 앓게 됩니다.

하지만 이 끝없는 먼산 바라보기인 결핍의 인식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내 안의 채움은 언제 완성을 느낄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의 직선을 그려본다면, 물리학적으로 직선은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삶 전체인 직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이테커는 ‘단절이 완성’이라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어젠 생각한 만큼의 농도로 일과가 끝났습니다. 내 일과를 어찌보면 무미 건조하고, 어찌보면 유리알처럼 투명합니다. 내가 예측한대로 일과가 시작되고 끝났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를 일입니다. 그 하루를 통해서 내가 갖게 된 기쁨과 시간들의 의미를 세어 봅니다. 하지만 지나간 매일의 일상을 더 깊게 돌아보면 랩소디의 간주곡처럼 조금씩 다릅니다. 조용하고 건조한 일상의 고요를 깊이 들여다 볼수록 그 차이와 다름의 깊이가 새삼 느껴집니다.

그 달라진 이유를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큽니다. 내 안의 흔들림이나 나태함에 대한 반성은 대부분 타인이 내게 보낸 메시지보다 내 입을 통해 만들어진 어설픈 치기나 억지에 대한 것, 또는 선입견에 의해 주변에 대한 내가 보낸 반응 때문입니다. 그런 갈등의 기복이 행복의 골짜기를 만드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대부분 기복 자체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내 앞에 선 타인은 내 행복과 슬픔 안에 있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대부분 치기나 억지는 사람에 대한 나의 교만함이나 세상에 대한 이해의 미숙함 때문인 것이 태반입니다. 선입견은 성급한 자신에 대한 방어본능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늘 반성할 때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 흔들림이나 나태함으로 만들어진 균형감각의 상실상태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가 균형감각이 없음을 걱정해서 고요한 상태 만을 고집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이해의 부족함, 세상에 보낸 치기나 억지가 싸르트르가 말한 ‘타인의 지옥’에 사는 현실에 대한 반항은 아니였을까? 교만하지만 젊은 날엔 뭔 감정을 토해내고 다녔는지 누구에게 생채기를 내고 다녔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깨나듯 자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쳐들어가던 시절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족과 실존에 대한 인식일 것입니다.

4월을 보내는 이즈음 산을 보면 산벚꽃들이 산등성을 오르고 길을 보면 벚꽃나무에선 바람에 꽃비가 내립니다. 겨울 찬바람에 서있던 그 메마른 그 나무는 이미 저 찬란한 꽃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가을에 맞이할 열매도 그 안에 품고 있을 것입니다. 내 안의 부족함이나 미숙함이 있더라도 시간을 떠나보내야 하듯 저 꽃들을 떠나 보내야 봄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내 안의 가능성들은 내가 잘 살피고 노력하고 때를 맞추면 또 시간이 허락된다면 꽃을 피우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세월이 빠르다고 시간의 껍데기 위에서 헐떡거리며 제자리뛰기만 하면서 살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최철호/ 전 경기도 학원연합회장

최철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 인기기사
1
[가정의달 특집] “함께하면 가족이 됩니다”
2
다문화, '틀림'이 아닌 '다름'의 차이
3
자연보호김포시協, 탄소숲 조성사업 협업
4
[전문] 김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예산수립과정 입장문
5
<최철호의 사는 이야기> 직업을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6
김병수 시장, 이성해 대광위원장과 '70번 버스' 탑승 모니터링
7
홍경호 김포FC 신임대표 이사 선임
8
김포시, 지자체 최초 '70번 버스' 브랜딩화
9
'김포 아라마린페스티벌' D-2…사전예약 폭주
10
김포시, 재산 빼돌린 고액 체납자 적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게시판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등록번호: 경기 아 50303 등록일: 2011.11.15 발행인·편집인: 전광희 청소년보호책임자: 전광희
주소: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48 드림월드프라자 704호 Tel: 031)998-6161 Fax: 031)984-7117  |  이메일 : jkh@city21.co.kr
Copyright © 2004 씨티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