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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의 사는 이야기>감응에 대하여 (얼음낚시 이야기)
최철호  |  webmaster@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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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2.23  1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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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호 (전  경기도학원 연합회장  )

힌 눈이 쌓인 수로의 얼음 밑에 붕어가 살고 있다. 맨 먼저 낚시꾼이 할 일은 얼음 위의 눈을 쓸어낸다. 눈을 치워야 눈 아래 물 속에 햇빛이 들어 환해지기 때문이다. 얼음 끌로 낚시대 수 만큼 구멍을 판다. 최근에는 전동장치를 이용한 얼음 구멍을 뚫는 자동기계가 있긴 하다.

구멍마다 얼음조각을 조리개로 떠낸다. 낚시줄을 구멍마다 담궈 찌를 세운다. 날이 추울 때는 찌가 올라오는 수면이 언다. 찌가 얼면 고기가 입질을 해도 찌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수면이 얼기 전에 알콜을 붓는다(밤을 새우는 저수지에서는 얼음 구멍을 뚫고, 스트리폴로 얼음 구멍에 맞춰 구멍을 뚫는다. 그 위에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한다.)

조용히 기다린다. 바람이 차고, 마음은 물속 어딘가로 자꾸 가라앉는다. 마음 한편에선 지난 번 고기를 낚던 기억을 떠 올리며 되새김질을 한다. 미세한 바람이 불고 찌가 바람에 흔들리듯 빙글 돌면서 솟아 오른다. 손에 힘이 들어가고 줄이 팽팽해지면서 물속 아래 어딘가에서 잡아당긴다. 등줄기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것이 머리 쪽으로 올라간다. 온 신경은 손의 긴장감이 확장된 낚시대 끝을 통해 줄로, 붕어의 입으로 옮겨간다.

가슴이 쿵광거린다. 놓칠 것 같은 불안감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교차하면서 뭔가 마음에서 미끄러져 사라졌다가 다시 묵직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 반복되며 미열같은 희열이 교차한다. 시간은 순간 순간 멈추고 무게를 느끼기에 버겁은 시간의 질량이 무한대로 확장된다.

감응을 하는 것은 도박을 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산의 정상을 오르기 직전에, 짝사랑하던 여자를 만나기 직전처럼 성취의 감각을 느끼려할 때 몸과 마음의 흔들림으로부터 온다. 질 들뢰르의 개념어 사전에 따르면 감응을 정동(靜動)으로 해석한다. 감응이 현실적으로 나타난 몸과 마음의 반응이라면 잠재적인 배경이 감화라고 들뢰즈는 설명하고 있다. 잠재적인 배경 속에서 감응이라는 운동이 난다는 뜻인 것 같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감화를 실체의 양태나 양태에 변화를 미치는 것으로 설명한다. 감응은 정념이 뜻하는 바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설명하면 감화에 의한 몸으로 들어난, 무비판적 계속적인 몰입의 과정이 감화라는 환경 속에서 감응으로 전이되어가는 과정인 듯 하다.

감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나는 내가 삶 속에서 얻은 쾌락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를 보는 것 같다. 때때로 저걸 끊으려면 어찌해야할지 저걸 보다 승화시키려면 어찌해야할지 생각해 본다. 감화가 없는 감응이 없듯이 내 삶의 가장 성숙한 감화를 어디서 얻어 가장 뜨겁게 감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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