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전하윤

영화 '트루먼 쇼'와 현대 감시사회에 대해...

영화배우 짐 캐리 주연으로 1998년 개봉한 '트루먼 쇼'는 가상의 세계 씨헤이븐에 살아가는 한 평범한 남성 트루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평범한 보험사 직원 트루먼은 평범한 일상을 무려 30년 동안이나 세트장 안에서 카메라를 통해 감시받는다. 모든 주변 인물들은 설정이고 주인공은 인지하지 못한 채 그의 인생은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

총제작자 크리스토프가 영화 속에서 트루먼에게 "난 자네의 인생을 지켜봤어. 자네가 태어나는 것, 첫걸음마를 떼는 것, 입학도 하고 첫 이가 빠지는 것까지 지켜봤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감시사회의 한 면을 보는 듯해서 실로 소름이 끼치고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감시가 오늘날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SNS, CCTV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감시받는 일상을 보낸다. 학교, 취향, 가족, 인간관계 등 거의 모든 사생활이 노출된 채로 살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집된 수많은 개인정보는 국가 또는 기업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단지 보안이나 안전, 편의를 위해 우리가 주고 있는 개인정보들이 그들의 목적에 따라 사용된다는 것은 TV 광고나 정부의 정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현대인들이 필수품이 돼버린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 규모의 구글부터 국내 유명 검색사이트 네이버, 다음, 카카오는 물론 많은 포털사이트가 AI를 이용한 개인의 정보들을 사용하여 사용자를 확보하고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 더글러스 레이스는 그의 논문 '안드로이드의 구글 전화와 메시지 앱은 어떤 데이터를 구글에 전송하는가?'에서 많은 개인정보를 두 앱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수집해서 특정 사용자에게 표적 광고를 송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영화 속 트루먼과 같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필수 절차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수집할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루먼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사랑하는 과정의 사생활을 아무런 동의 없이 영화 속 많은 관객에게 노출되는 것처럼 말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개인정보는 지금도 수집되고 어떤 이들의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의도와 달리 범죄에도 이바지한다. SNS를 통해 금융정보와 자금을 몰래 빼가는 이른바 ‘메신저 피싱’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이라고 속이고 금전을 요구하거나 링크를 보내 스마트폰에 침투해 많은 개인정보를 안 후, 돈을 빼가는 수법에 보통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감시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의 삶에 피해를 가져오는 현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과거 교실 풍경의 예능프로그램에는 항상 칠판에 '떠든 사람'을 적어 놓는다.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정한 규칙에 따라 떠드는 사람의 이름을 칠판에 적고 그에 따라 벌을 받는 것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경험한 학교 최초의 감시와 관련된 블랙리스트는 아니었을까? 운전을 하다 보면 ‘스마트 국민제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교통위반이나 각종 범죄를 간편하게 모바일 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는 칠판에 이름을 쓰거나 선생님에게 이르거나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모바일 앱 터치 몇 번만으로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감시와 통제를 자유와 맞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소셜 미디어의 기술이 발달하고 팬데믹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SNS는 가장 주의해야 할 문명의 이기 중 하나이다. 지식을 습득하고 정보의 확보가 수월해졌다는 것 이상으로 트루먼만큼이나 현대인들은 많은 감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화 속 트루먼은 감시받는 것을 눈치채고 바깥세상 '피지섬'으로 탈출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이 감시를 벗어나 살기는 곤란하다. 무려 24년 전의 영화에서도 우리에게 수동적인 사람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사람이 되라고 얘기한다. 계속되는 무관심은 결국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짐 캐리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트루먼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