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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물과 불조형묵(曺亨黙) 김포사랑의쌀나눔회장
조형묵  |  cho66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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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24  10: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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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묵 김포사랑의쌀나눔회장

물과 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어왔지만 실제 직접 체험을 통해 뼈 속까지 절절히 느끼고 새겨보는 요즘이다.

이른 아침 6시30분. 새벽잠을 깨우는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어서 담담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내가 지어 25년째 관리하는 작은 내 건물에 불이 났다는 급보다. 그 비보가 귓전에 닿는 순간 온 몸이 망부석처럼 굳어졌다. 몸뿐 아니다. 머리가 하야지고 심장도 멋은 듯 바보처럼 천정만 응시할 뿐 이었다. 일어 설수도 한 걸음 내 디딜 수도 없는 초긴장의 순간이 이어지는 찰나 때르릉! 두 번째 전화다.

2층 임차인 I대표가 떨리는 음성으로 ‘소방차 10여 대가 와서 불을 끄고 방금 돌아갔다는 전갈이다. 불이 꺼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긴장이 조금은 풀렸지만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불이 어디서 어떻게 났으며 피해 규모와 인명피해는 없는지... 온갖 상상과 잡념을 뒤로하고 정신없이 화재 현장으로 내달렸다. 말대로 불은 진화되고 5~6명의 소방대원들이 소방호수를 걷어내는 등 사후처리를 하고 있다.

’불은 201호 C회사 냉장고 전기합선으로 시작되어 순식간에 55평 규모의 2층 전체를 모두 태우고 진화됐다‘는 소방대원들의 설명이다.

다행이 6층까지 옮겨 붙지 않았고 우려했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펴보니 2층 C회사와 I사는 사무실 집기 등 모두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소실되었고 1~6층에 이르는 계단 벽과 천정, 엘리베이터가 모두 시커멓게 타고 연기에 그을리는 등 화마가 삼키고 간 흔적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하고 참담했다.

그뿐 아니다. 소방관들이 화재현장 진화와 함께 유독 가스에 의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각층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모든 창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사무실과 화장실 통로 및 화장실에 화재가 수북이 깔려 발을 디딜 수가 없다. 불은 2층만 태웠지만 건물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나는 우선 각 사무실에 화재 사실을 알리고 조속복구를 다짐하는 한편 멈춰선 엘리베이터 가동과 청소 등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점검해 나갔다. 우선적으로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공서에 화재 및 사고조사 보고, 보험사 현장실사 및 보험금청구 등 행정처리에 이어 본격 복구공사에 착수했다.

화재물 철거, 청소·소독, 전기·소방, 페인트, 유리, 사시, 칸막이, 천정·바닥 등 10여개 각 부문별 2~3명씩 업자를 찾아 견적을 받는데 약 보름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업자 선정 후에도 공정별 단계별 업자를 투입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 어려울 것으로 예측은 했지만 하나를 조율하면 다른 한쪽이 틀어지는 등 첩첩산중이었다. 특히 공사비 산정은 난제 중 난제였다. 업체별 견적가가 백가쟁명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거비만도 A업체가 350만원이면 B업체는 1,500만 원 등 천차만별이다.

모든 분야가 다 그랬다. 여기에 불을 낸 임차인과 정한 복구비 총예산에 맞춰야하고 성실업자선정, 공기(工期)를 맞춰야하는 등 모든 것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일이 복권 맞추기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럴 때 선진국은 어땠을까. ‘모든 사안과 공정이 표준화되고 가격도 10%내외에서 예시되어 소비자는 업자의 성실도와 공기(납기)만 조율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하루속히 그런 날이 닥 아와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손해도 줄이는 선진국 형 시스템이 정착하길 희망해 보았다. 복구공사 과정에서도 선후가 어긋나고 예기치 않은 일의 발생하는 등 어려움은 끊이지 않았다. 보험사직원의 업무 미숙으로 보험금이 50%만 나오도록 설계돼 공사비에 차질을 빚은 것을 시작으로 공정별로 공사비 추가는 다반사였고, 화재피해를 들어 계약기간중인 202호 C사의 갑작스런 임대보증금 반환요구, 계단 물청소 중 엘리베이터 전기 실 물 유입으로 10일간 가동이 중단되는 등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과 같이 우여곡절 끝에 화재발생 80일 만에 모든 공사가 마무리했다. 예정대로 복구공사를 끝마치니 긴 악몽에서 깨어나 새 세상을 만난 듯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창공의 새처럼 날아갈 것 만 같다. 예기치 않은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인생이 한순간에 끝날 것 같은 절박감에 휘청거렸지만 모든 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간접피해로 불편을 겪은 입주자들에게도 일상을 되찾아 주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번일로 육신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농부가 땀 흘린 만큼 수확을 거두 듯 남들이 못보고 못 느낀 소중한 인생경험과 작지 않은 유형재산을 보너스로 얻었다. 복구과정을 통해 낡은 엘리베이터 교체, 전기·소방시설 신설, 계단·벽 페인트, 건물 내 외벽 청소 등 건물 전체가 리모델링한 것처럼 새로워졌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충격과 시련의 아픔을 딛고 얻은 달콤한 열매의 맛을 한껏 누려보는 신나고 행복한 싱그러운 5월이다.

2021.5.22

칼럼리스트, 수필가, 사회복지사, 김포사랑의쌀나눔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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