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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을 모시려면 온 마을이 필요 합니다”[인터뷰] 20여년 한결 같은 우리동네 효부 대곶어린이집 권순해 원장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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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6  18: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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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이날의 정의는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다른 날은 몰라도 이날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고 선물과 용돈 공세로 소원하던 자식 노릇에 너나 할 것 없이 부산하다. 그러나 어찌 낳아주고 길러 준 부모의 노고에 대한 감사가 이날 하루에 그치겠는가.

그래서일까. 김포시는 지난 3월 ‘제32회 김포문화상'을 통해 효행으로 장한 가정을 이끌어 온 시민에게 표창하고 이를 본 받아 김포시가 효행이 가득한 도시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본 뉴스는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강요할 수 없는 효행을 20여 년간 묵묵히 하는 우리동네 효부, 김포문화상-효행·장한가정 부문 수상자 대곶어린이집 권순해 원장을 만났다.

   
제32회 김포문화상-효행 장한가정부분 수상자 대곶어린이집 권순해 원장.

약속, “아버지, 10년 후에 말씀 드릴게요”

권순해 원장은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김포에 온 건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다. 꽃답다면 꽃다운 23세 안동 처자는 보육교사의 꿈을 김포와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우직한 김포 사나이, 운명 같은 남자와 인연을 맺는다. 안동 처자가 김포댁이 되는 찰나다.

그는 열 사람이면 열두 사람이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한다. 아버지가 보인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27년이 흘렀다.

“당시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달랐죠. 김포에서 땅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힘,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는 힘을 남편에게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약속했습니다. ‘이 사람과 10년 살아보고 그때 보여 드리겠다’고요”

그리고 1년. 자신을 믿어 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씩씩하게 살던 권 원장. 하지만 아버지는 너무도 무심하게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그에게 밀어닥친 우울증. 그는 아버지와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극복하지 못했을 거라 회상한다.

“시아버지는 21살 된 아들에게 인감도장을 맡기셨죠. ‘어머니와 땅을 부탁한다’요. 남편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저 또한 아버지가 생전에 계셨으면 진작 지키고도 남았을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그러다 보니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부창부수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대목이다. 약속도 지키기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10년이면 될 것 같던 아버지와의 약속은 권 원장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으로 남아있다.

인연, “안동 처자, 김포댁 되다”

평소 피천득 선생이 말한 ‘인연’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사람을 머리로 대하는 법이 없다. 김포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했다.

“김포의 첫인상은 ‘따뜻했던, 나를 안아준, 땅의 소중함을 아는‘ 입니다. 92년 김포에 처음 들어와 제 눈에 펼쳐진 홍도평야의 누런 들판, 누산리 2차선의 코스모스 길 등에 의해서죠. 특히, 김포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천둥고개에서 본 ’축복받은 땅 김포‘는 잊을 수 없는 문구입니다“

이렇게 김포와 인연을 맺은 권 원장은 27년 홀시어머니와 함께한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그랬고, 20여년을 보육계에 몸을 것도 모두 소중한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히, 3년 전부터 맡게 된 군하2리 부녀회와의 인연은 그에게 부녀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김포댁으로의 면모를 다지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성님들이라 불리는 동네 아낙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 공동체를 꾸려간다.

이렇듯, 권 원장이 철저한 시골아낙 ‘김포댁’이 되는 데에는 ‘6시에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어린이집 일은 모두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라는 그만의 철학이 뒷받침된다.

   
권순해 원장은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자주 어머니를 마을회관으로 모시고 나오온다. 사진은 만두를 빚는 모습.

92세 어르신, “3살 어린아이가 되었을 때, 늦둥이 키우는 맘으로”

몇 년 후면 권 원장이 보육계에 입문한 지 30년이 된다. 그만큼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을 터. 그는 이 노하우를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에 접목한다.

“아이들도 제일 잘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듯 어머니가 제일 잘하는 것을 권합니다. 즉 당신의 직업과 연관해 과제를 드리는 거죠. 예를 들면 농사를 직업군으로 갖고 있던 어머니께 콩 고르기를 부탁하면 1시간 반 가량은 그것에 집중 하십니다“

치매는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위시한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의 시어머니는 당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 한다는 이야기다.

“조용한 치매나 이쁜 치매는 없습니다. 가족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죠. 다만, 92세 어르신이 3살 아이가 되었을 때, 늦둥이 키우는 마음으로 치매 어르신을 모신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권 원장과의 인터뷰 중 이 집안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 TV를 볼 때나 식사시간 등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치매 어르신 방에서 보낸다는 거다. 심지어 권 원장의 화장대도 어머니 방에 있다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이 가정에서 치매를 안고 있는 92세 어르신은 뒷방마님이 아닌 집안의 중심이기 때문이란다. 역시 남다르다.

   
92세 치매 어르신의 주 특기인 콩 고르기.

“치매 어르신을 모시려면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부모뿐만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속담은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것에도 적용된다고 권순해 원장은 자신한다.

“어머니는 10여 년 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죠. 화제에 노출되기도 하고, 전에 없던 극단적인 표현과 잦아지는 폭력적 행동. 모두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치매가 찾아왔던 모양입니다”

일하는 며느리다보니 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없을 터. 인지능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어머니가 한여름 뙤약볕에 밭에 나가 계실 때면 온 동네는 수배령이 내려진다. 어머니를 발견한 옆집 아저씨는 마실 물을 갖다 주고,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일이 일상이 됐다. 또한, 어머니의 상태를 알려주는 등 온 마을이 함께 치매 어르신을 돌봤다.

“사실, 김포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쯤 매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고3인 둘째가 고스란히 할머니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시설로 모셔야하는지 남편과 상당한 고민을 하던, 가족 모두 지치고 힘들었던 그런 시기였죠”

하늘은 인간이 극복할 만큼만의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그가, 그의 가족이 흔들릴 때 김포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그는 헛웃음이 났다고 한다.

   
김포문화상 수상은 마을의 자랑이자 월곶면의 자랑이자 김포의 자랑이라 격려해 준 이웃들이 있기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다는 권 원장.

김포문화상 수상 후 인간시대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그에게 섭외가 들어왔으나 단호히 거절했다. 혹여, 씩씩하게만 살고 있다고 믿는 친정어머니가 당신 딸의 삶을 알고 슬퍼하실까 봐서다.

효자, 효부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던가. 열녀문이라도 세워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21세기 인만큼 김포문화상으로 대체함이 현명했음을 인정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6형제의 다섯째로 홀어머니를 비롯한 시댁의 모든 일을 도맡아 온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의지하지 않으니,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더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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