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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11월 장미꽃조 형 묵(김포사랑의 쌀 나눔 회장, 풍무동 삼성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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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9  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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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묵 회장

하늘·땅·바다·강·산·공기·나무·비·바람...
우리의 소중한 자연 유산으로 삶의 원천이고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나는 빠끔히 뚫린 아파트 입구를 빼면 온 사방을 모두 그들에게 내주고 살기에 이들 자연유산에 대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이들보다 더 귀한 친구들이 나를 기다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파트 담 넘어 산허리를 깊게 파 지은 승가대학교 담장에 11월에 핀 빨간 장미꽃 이 그 주인공. 색깔도 고와 6월의 장미보다 더 단아하고 예쁘다. 나는 그 장미를 늦가을 11월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라고 명명한다.
 
오늘 나는 그 장미와 재회하는 순간 몸은 망부석처럼 굳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가없다. 눈부시게 예뻐서, 달콤한 향기에 취해서도 아니다. 겨울을 앞두고 나무들이 긴 겨울잠을 자기위해 온 에너지를 뿌리에 저장하고, 찬바람을 가리기 위해 온 몸을 두꺼운 껍질로 단단히 무장하는 시기 11월에 유유히 핀 그 빨간 장미꽃이 신비롭고 또 가상해서다. 
 
장미는 보통 5~6월에 꽃이 만개한다. 키가 작은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야생장미를 인공으로 교접하여 만들어내는 원예종이다. 모두 1백 여 종에 이르는 장미는 색깔에 따라 각기 의미가 다르다. 빨간 장미는<사랑·욕망>, 하얀 장미 <존경·순결>, 노란 장미 <질투·성취>, 분홍색 장미 <맹세·행복>, 들장미는 고독과 행복을 상징한다. 그래서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때나 결혼식장에서 부케로 널리 애용 된다. 
 
이와 다르게 용서와 재회, 각종 기념일, 기념식과 행사용에도 널리 쓰인다. 봄이 무르익은 메이퀸의 계절 5월을 넘어 6월이 되면 우리는 정렬의 꽃 장미를 만난다. 이에 앞서 동장군을 내몰고 숨 가쁘게 달려온 봄의 전령 개나리, 진달래, 목련과 벗 꽃이 가슴을 설레게 하고 뒤이어 철쭉과 영산홍이 아름다운 자태와 특유의 향기로 오래 동안 그 향기에 취하게 한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그 많은 꽃들이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난다. 겨울의 문턱 11월에 다시 우리를 찾아온 장미꽃. 우린 그를 어떤 눈으로 맞아야 할까? 꽃잎이 진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다시 찾아와 반갑고 고맙다며 두 팔 벌려 와락 껴안아야 할까? 아님, 왕자가 예쁜 공주를 맞이하듯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읍 조릴까?
 
혹자는 자연의 삼라만상이 예술가의 혼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긴 담장을 가득 메운 그 많은 장미넝쿨 중 유일하게 한 뿌리 두 가지에서 태어난 열 여 덜 송이 빨간 장미꽃이 뒤늦게 나에게, 그리고 세상 사람에게 들릴 듯 말 듯 소곤소곤  말하는 저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를 온전한 예술가로 생각하여 도도하게 다시 피어난 자기를 영원히 지지 않는 불멸의 꽃으로 기록해 달라는 것일까? 아님 나를 위해 새롭게 태어났으니 사랑을 듬뿍 더 달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지치고 힘든 대중들을 위로하기위해 꺼져가는 에너지를 불살라 새 장미로 다시 환생한 걸까? 그도 저도 아니면 은행나무처럼 수 천 년 살 수 있는 장수 DNA를 부모로부터 전수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그 답을 찾지 못한 체 우두커니 서서 나는 장미에게, 장미는 나에게 따듯한 미소만 던진다.
 
장미는 한 달 후 비바람, 영하의 날씨에도 한 잎 흐트러짐 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방긋 인사를 했다. 나는 내년 이맘때에도 아름다운 장미꽃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올 가을에도 그 장미는 사랑스럽고 탐스러운 꽃망울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년 후년, 아니 내가 이곳에 사는 그날 까지 11월이 되면 그 장미와의 아름다운 재회를 기대하며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면 가슴에 꼭 껴안고 “사랑하는 너(장미)를 그리워하며 수많을 밤을 지새웠다”고 고백 하리라. 
 
자연의 오묘한 순환체계 앞에 ‘인간은 한없이 미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되새겨보는 저물어가는 이 가을, “철지나 핀 들장미 한 송이가 인간에게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안겨 주듯 나도 80 · 90세, 아니 죽는 그 순간까지 이웃에게 향기를 주는 삶을 살자”고 새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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