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김포시 정책기획팀장

얼마전 일이다. 업무협조 차 유관기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면은 있었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몇 마디 나눴을 뿐 평소 사적인 만남이나 대화를 가졌던 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대뜸 “으응, 고생많지?”라며 반말을 한다. 당황해서 혹시나 사람을 헷갈리는 건 아닌지해서 다시 말했더니 역시나 반말이다.

지연, 학연이 있거나(물론 지연 등이 있어도 반말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상하관계인 것도 아닌데, 더더군다나 한번도 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으니 도대체 반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당황스러움에 업무 용건만 급히 말하고 끊었던 기억이 있다.

좀 오래된 일이지만, 여자 연예인 둘이 반말로 싸움을 했던 것이 인터넷에 퍼졌던 적이 있다. 선배와 후배 사이였는데 후배의 반말에 선배가 거칠게 반말로 응대하고 나중에는 서로 욕설까지 해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

욕설만 빼면 친한 선후배 사이에 별달리 문제될 게 없는 반말의 대화였지만 어쩌다가 그렇게 큰 싸움이 됐을까?

언어학자들은 우리말의 특징으로 높임 말외에 반말을 든다.
그런데 반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위계질서의 면과 친근함의 면, 양면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계질서는 수직관계, 친근함은 수평관계다.조직내부의 상하간이라든지 서열이 존재하는 경우 반말을 한다.하지만, 나이 차가 있거나 상하간일지라도 부모나 편한 선후배사이 그리고 친한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 반말은 자연스럽다.

반말은 이 처럼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수직, 수평 좌표설정이 중요하다.
즉, 친근한 사이에서는 반말이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말은 오해와 분쟁을 일으킬 충분한 소지가 있다.

독일어는 서구의 다른 언어와는 달리 존대가 발전해 있다.
1970년대부터 공적인 모든 관계에서는 존대를 사용하고 정말 친한 사이에만 반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다만, 우리와의 차이는 우리가 반말을 하는 경우가 주로 나이와 관련이 있다면 독일은 이와 달리 친밀도에 따른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모‧자식간에 존대가 사라진 것처럼 독일에서는 나이차가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친한 사이에는 반말이 통용된다. 지표가 명확하니 반말이 가능한 경우다.
 
하지만 좌표설정보다도 더 중요한 소통법은 상호 존중이다. 상호존중의 마음이 담겨 있다면 반말이라고 모두가 오해와 다툼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본 어느 음식점의 경고..
“반말로 주문하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음식점 주인은 이 말 맨 앞에 ‘종업원을 존중하지 않고’또는 ‘맥락없이’라는 단어를 생략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