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동네 > 인터뷰
“배우는, 자신을 대변하는 '카타르시스' 입니다”[인터뷰]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연극 ‘오래된 내일’ 이성창 역을 맡은 배우 이승현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21  14:02:4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올해 3‧1절은 그 어느 해보다 뜻깊다.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 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이를 기념해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며 역사적인 날에 대한 재해석에 들어갔다.

김포시 또한 선열들의 자유와 평등, 세계평화, 자주독립 정신을 평화의 땅 김포에 계승하고자 강연, 전시, 퍼포먼스 등의 준비에 분주하다.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김포에서 일어난 독립봉기는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전국에서도 세 번째 인원이 참여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씨티21뉴스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여러 행사 중 김포에서 일던 만세운동을 그린 작품 ‘오래된 내일’에 주목하고 이름조차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인물에 대해, 혹은 살기 위해 나라를 등진 인물에 대해 집중하려 한다.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의 주인공은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창작음악극 ‘오래된 내일’에서 살기위해 비굴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순사보 이성창 역을 맡은 배우 이승현 씨다.

   
 

“이성창은 조선인이지만 살기위해 발버둥치지만 그 안에 부끄러움이 있는 인물입니다”

김포에서 독립봉기를 주도했던 인물로는 김포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월곶의 이경덕(이살눔)과 양촌의 의로운 청년 박충서 그리고 그들을 돕는 임철모 등이다. 여기에 고촌 김정의까지. 창작음악극 '오래된 내일은' 월곶과 양촌을 중심으로 펼쳐진 만세운동을 주제로 한다.

기록에 따르면 이승현 씨가 맡은 이성창은 독립운동을 함께하자는 동료의 말을 뿌리친, 한마디로 민족을 배신한 역할이다. 그런 역할에 대해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극중 이성창은 조선인으로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그 안에 부끄러움이 있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가슴 아픈 인물이죠. 채의석 작가선생님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던진 것 같습니다. 그 안에 이성창과도 같은 인물들의 고뇌도 있었을 겁니다”

그는 배역을 맡은 후부터 철저히 이성창이 되어간다. 말투, 행동 그리고 사상까지 100년 전 김포에 살던, 일본인 앞잡이 이성창 말이다.

“우연히 맞닥트린 배우의 눈빛, 지금의 길을 걷게 했습니다”

배우의 길은 험하다. 특히 연극배우의 길은 배고픔을 동반해 더욱더 험하다. 배우 이승현은 그를 뻔히 알면서도 왜 자처하며 걷는 걸까.

“우연한 기회에 연기에 몰입하는 배우의 눈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그들의 눈빛에 반해버렸죠. 그들은 제가 그동안 한번도 본적 없는 따뜻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명이란 이런걸까. 배우가 연기하는 과정에서 뿜어내는 따뜻한 눈빛이 스물여덟 청년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절대 이르지 않은 나이. 배고픔을 감수하고라도 하고 싶은 연기. 하지만 현실은 스물여덟의 청년에게 그리 녹록하진 않았다. 여러 오디션서 고배의 잔을 마시고, 좌절을 맛보았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도움으로 서른 살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그리고 재학시절 출연한 첫 작품 '1953년 해방촌에서'. 그는 이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고  배우로서 첫 작품에 도전한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끼의 ‘밑바닥에서’를 각색한 연극 ‘1953년 해방촌에서(연출 임철형)’는 6‧25전쟁의 혼란한 시절 해방촌 이야기입니다. 지하 방공호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인데 저는 극중 집 주인장과 순경 역을 연기했습니다”

그의 연기실력을 알아본 것일까. 그는 1인 2역을 거뜬히 소화하며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올해 초 김포와도 인연을 맺는다.

   
백제예술대학교 재학시절 출연한 '1953년 해방촌에서'. 이승현 씨는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활동에 들어간다.

“기회를 열어 준 오디션. 처음으로 욕심을 내어 보았습니다”

‘오래된 내일’은 분명 시대극이다. 역사를 토대로 하지만 단순 사실만을 알리지는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배우 이승현은 그런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오디션 당시, 채의석 작가님과 김은걸 감독님의 진행방식이 다른 오디션과 많이 달라 당황했습니다. 여러 인물을 제시하고 그 인물에 대한 연기를 해보라며 기회를 열어 주었죠”

늦깎이 배우지만 그는 처음으로 욕심을 내보았다고 한다. 지난해 김포아트홀에서 채의석 작가와 김은걸 감독이 진행한 오디션을 보고 그들과 함께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올 초, 그의 욕심은 욕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아침.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려는데 문자음이 울렸다. ‘오래된 내일’을 같이 할 수 있게 돼 축하한다는…. 당시 그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께 아무 말 없이 내민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엔 아무런 말도 필요 없었다. 사실 대학진학 후 그는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데 늦은 나이도 나이지만 더는 부모님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저를 잡아준 분이 바로 아버지입니다. 약해진 아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제 어깨를 감싸주셨습니다”

효도라는 것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나이가 찬 아들이 지금에서 일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온 힘을 쏟는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낀 걸까. 배우 이승현은 아버지와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오늘도 극중 이성창이 된다.

“배우는, 자신을 대변하는 '카타르시스'와 같습니다”

그렇게 연을 맺고 시작한 ‘오래된 내일’은 하루가 다르게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승현 씨를 포함한 모든 배우는 오는 2월 28일 전야제 공연과 3월 1일 정식 공연을 앞두고 일분일초의 헛됨 없이 연습에 연습을 더한다.

배우에게 배우란 무엇이냐는 질문이 좀 생뚱 맞지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배우는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자신의 입장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와 같다고 말이다. 카타르시스를 느낀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연기는 왜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극중 인물이돼 그래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말이다.

오는 3월 1일은 뜻깊은 날이 분명하다. 그러나 100여 년 전, 조선팔도에 평등한 내일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투사. 그리고 살기위해 발버둥치지만 숨죽여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이성창이 있었을 것이다. 우린 어쩜 이름을 남긴 남겨진 인물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창작음악극 ‘오래된 내일’의 출연진들은 하루가 다르게 100년 전 그들이 되고, 그들 속에 배우 이승현도 이성창이 되어간다. 

비록 굵직한 역할은 아니어도 그는 오는 3월 1일을 기대하고 있다. 1세기 전 살기위해 비굴할 수밖에 없었던 이성창이 배우 이승현을 통해 가슴 아픈 자신만의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0년 전 이승창이 되어버린 배우 이승현 씨가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오래된 내일' 가족들과 함께.

 

[관련기사]

양미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 인기기사
1
정시장, “행안부 국비는 도깨비 같은 돈" 발언 논란
2
김포도시철도 관련 국토부 긴급대책회의 개최
3
제66대 박종식 경찰서장 취임
4
양촌읍 건물철거 현장서 지지대 붕괴사고
5
정하영 시장ㆍ김두관 의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 면담
6
홍철호 의원 "중학생과 통(通)하다"
7
해양 전문가가 분석한 "김포는 한반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가?"
8
김포도시철도 안전점검 T/F팀 구성
9
'신부+목사+스님'의 유쾌한 만남
10
김포시낭송협회 창립총회 개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게시판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등록번호: 경기 아 50303 등록일: 2011.11.15 발행인·편집인: 전광희 청소년보호책임자: 전광희
주소: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48 드림월드프라자 704호 Tel: 031)998-6161 Fax: 031)984-7117  |  이메일 : jkh@city21.co.kr
Copyright © 2004 씨티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