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작가는 '시선'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은 꽃을 든 남북의 지도자가 웃고 있는 모습의 조각품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방학이란 학교를 가지 않는 기간이 아닌 소위 ‘방에서 학문을 연마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에게는 학문 연마보다 학원 숙제 뚝딱 마무리하고 게임이나 유튜브 조회 수를 높이는 연마 기간이 된지 오래다.

이런 자녀들에게 이번 겨울방학만큼은 예술적 감각을 높일 김주호 조각전 ‘북쪽방향’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김포국제조각공원 20주년 기념으로 하는 이번 전시는 김주호 작가의 62점 질구이 조각과 1점의 대형 드로잉 작품을 추리고 묶은 전시다. 이들 작품은 서로 다른 시기와 다른 내용, 그리고 다른 크기로 제작돼 묘한 재미를 준다.

조각의 주인공들은 샐러리맨, 동네 아줌마, 학생, 멋쟁이, 부자, 서민, 화난사람, 웃는 사람, 하트를 날리는 사람, 노래 부르는 사람 등으로 한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응시한다. 이들이 응시하는 곳은 북쪽이다.

풍선을 들고 있는 부부를 뒤로 배치하고 맨 앞에 꽃을 든 남북의 지도자가 웃고 있는 조각 배치를 통해 작가의 이웃과 역사에 대한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자칫 이데올로기적인 소재라 할 수 있지만 미술평론가 김진하는 ‘작가는 우리의 현실과 역사적 회고, 이웃들과 더불은 기대를 조용히 말하는 것’이라며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일사후퇴 때 평안남도 맹산에서 남쪽으로 피난 온 김주호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작가노트를 통해 “평화가 주제가 되는 작품을 김포조각공원에 들여놓게 되었다”며 “지금 남한 북한이 서로 떨어져 있고 어색한 단계다. 이는 남녀의 연애 시작 단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작품처럼 가까워져 한 가정을 이루듯 한반도가 통일로 하나 되었으면 한다”라며 상상이 실제가 되는 과정임을 이야기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있어 북쪽은 어떤 의미인지, 그로 인해 발생했던 우리 내면의 심리작용을 되묻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다른 시선과 생각 그리고 평화를 의식적으로 외면해 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닌가 싶다.

김주호 작가의 ‘북쪽방향’은 막연하던 ‘평화’에 대한 의미를 학생 스스로가 연마할 수 있도록 돕는 전시로 오는 2월 28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김포국제조각공원 전시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