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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요, 좋은 사람이 되게 하죠”[인터뷰] 13년차, 시골아낙으로 살고 있는 서양화가 김종정 작가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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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8  13: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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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김포의 산과 물, 그리고 하늘에 반해 김포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가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그는 월곶면 성동리 산 끄트머리에 작업실이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온전한 김포사람이 된다.

성동리는 그에게 자연을 흡수하도록 허락 한다. 그리고 흡수된 자연은 그의 붓을 거쳐 고스란히 화폭을 스치고, 화폭에 스친 붓의 흔적은 하나의 작품이 되어 우리의 숨이 되고 쉼이 된다.

전설의 섬 아틀란티스를 꿈꾸는 그는 성동리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서 그곳을 발견한다. 그리고 본보는 그를 발견했다.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 주인공은 성동리에서 13년 차 시골아낙으로 살고 있는 서양화가 김종정 작가다.
 

   
 

“시골생활이 불편하냐고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이곳에 정착한지가 벌써 13년차. 도시생활에 익숙하던 그가 전원생활을 하기는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말이 전원생활이지 그가 사는 성동리는 김포에서도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시골마을이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내가 지금 위치에서의 한 사람으로, 또는 마을의 일원으로 살기 위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이웃에게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 보여주면 되죠”

그의 성동리 정착기는 인사로 시작한다. 마을 어르신을 보면 무조건 인사부터 했다. 그리고 맛난 게 있으면 이웃과 나누기도 했다. 또한,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노동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때 만큼은 영락없는 시골 아낙이다. 그래도 불편한 건 있을 터.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거나 문화시설을 즐길 때 차로 이동해야 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다행이도 저는 천성이 ‘집순이’라 혼자 잘 지내는 편이죠”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편함과 불편함이 구분된다는 김종정 작가. ‘혼자서도 잘 노는(작가의 표현)’ 덕에 시골생활에 대한 답답함이나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는 그의 씩씩한 모습에서 시골생활 적응기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숨과 쉼이 공존하는 곳, 자신 안에 있는 ‘아틀란티스의 정원’에서 가능하죠”

여기서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올 초, ‘아틀란티스의 정원’라는 신선한 전시가 미술 작품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아틀란티스는 대서양에 있었다는 전설상의 섬으로 플로톤의 ‘크리티아스(Critias)’에 묘사된 바로 그곳이다.

“아틀란티스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희망과 평화로 가득 찬 지상 낙원이죠.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오늘날의 사람들 정신은 극도로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치료가 절실합니다. 즉, 정신이 쉴 곳, 영혼의 쉼터가 필요한데 저는 ‘정원’에서 그 것을 찾고, 상상 속의 섬 아틀란티스에서 가꾸려 합니다”

작가는 치유와 힐링의 역할로 정원이 제격이라 한다. 그리고 그 개념을 정신적인 동요나 혼란이 없는 평정심 상태 아타락시아(ataraxia)에 두고 있다.

서양화 작가인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보면 묘하게 우리네 전통문화가 녹아 있다. 그의 작품들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작가의 남다른 통찰력과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을 화폭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럽의 여러 예술품들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네들의 아름다움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죠. 왜 그런지 제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 답답하기만 하던 차에 우리의 전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적과도 같아죠”

그는 사찰은 물론이고 전국의 고택을 무작정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들이 주는 아련한 아름다움을 느껴다. 화려하지 않지만 아련하게 다가오는 한국의 전통 미는 그가 꿈꾸는 아틀란티스의 정원과 교집합이 된다.

“생활기록부와 같은 전시, 나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수 없이 많은 전시를 했지만, 작가는 김포아트홀에서 가졌던 최근 전시에 대해 의미를 주고 있었다. 지난해 홀연 떠난 아프리카의 사막여행이 평이하던 그를 흔들었다.

“지난해 인사동 전시는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요. 그래서 일까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 저를 부르더군요. 모든 걸 접고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사하라는 색다른 만남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과의 만남이죠”

작가는 아프리카 사하라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작업을 하고 있는지, 왜 30년이 넘게 머무르고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지금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에게 묻고 답하기를 반복한다.

“텅 빈, 장애가 없는 공간에서 나와 묻고 답하기를 수차례 했습니다. 작가에게 있어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서 욕심을 앞세우기 때문이죠”

사하라가 그리 알려준 걸까. 그는 힘들 때 자신을 위로해 주는 건 결국 자신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금 더 침착해 지고 단단해져 김포로 돌아와 전시를 갖는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이번 전시를 ‘생활기록부’에 비유하나보다. 

“그림은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죠”

김종정 작가를 이야기 할 때, 보구곶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구곶리는 김포에서 미술 작가의 작업실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다. 작업실뿐만 아니라 아예 보구곶리에 터를 잡고 김포의 자연에 동요된 예술가가 대다수다.

“나이는 다르지만 우리는 작업 친구들이죠. 그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작업하는 것들은 자연에 가깝기 때문이죠. 아마 이곳에서 작업하는 작가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김 작가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술작업은 재밌어야 한다며 ‘노동집약적인 건 재미가 없다’로 일축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일며, 항상 씩씩한 웃음으로 행복바이러스를 맘껏 뿜고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좋아보였다.

그림으로 성동리와 인연은 맺고, 그로 인해 보구곶 작가들을 친구로 얻은 그. 김포의 산과 물 그리고 하늘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숨과 쉼이 있는 아틀란티스의 정원은 결국 우리 내면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이곳과 연을 맺은 건 아닌지.

김종정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이란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김종정 작가는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마치 옛 친구를 떠올리 듯 그 여운은 꽤 오랜 시간 맴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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