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동네 > 인터뷰
“사람을 만나 사람을 남기고 싶습니다”[인터뷰] 월곶 쌀롱, 월곶면주민자치위원회 김용태 위원장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2.26  12:03:5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17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살롱’문화가 꽃을 피운다. 당시 살롱은 대화와 토론의 장이었으며, 문화와 지성의 산실의 공간이었다. 특히, 18세기 계몽사상을 끌어내 전파하는 전령사 역할을 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살롱이 시간과 공간을 훌쩍 넘어 21세기 대한민국 김포시 월곶면 고막리에 상륙한다. 이름하여 ‘월곶쌀롱’. 월곶쌀롱은 풍물패 ‘노나메기’가 근간이다. 그리고 이곳 월곶 사람들이 함께 만든 공간으로 그 중심에 김용태 위원장(60)이 있다.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는 월곶에서 나고, 월곶에서 자라고, 월곶에서 뿌리내릴 월곶면주민자치위원회 김용태 위원장이다.

   
월곶면주민자치위원회 김용태 위원장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죠”

김용태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월곶면사무소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대뜸 보여 줄 게 있다며 면사무소에서 살짝 떨어진 공간인 '월곶쌀롱'으로 안내했다.

유독 마을 어머니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김 위원장. 많은 세월 고생한 우리 어머니들의 평안한 얼굴을 보기 위한 밑 작업의 시작이 월곶쌀롱이라며, 이곳이 그들의 향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들은 분명 소중한 우리 역사이기 때문이라며...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백과사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인생에 주인공은 바로 당신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정리해 남기는 게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건 결국 사람이라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내년의 계획을 풀어놓았다.

“1919년, 월곶은 김포에서 제일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역으로 내년에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애국지사들의 묘역이나 표지석 등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려야 하는 이유는 내년이 3‧1운동 100년의 의미가 아니라 후배가 선배들의 업적을 찾는 게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1운동이 아닌 3‧1전쟁으로 보고 있는 김용태 위원장. 어쩜 그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고장에 역사를 찾아 그 뜻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교과서에 없는 우리 마을 사람을 찾는 일들 말이다.

“월곶쌀롱의 근간은 ‘노나메기’입니다”

김포 내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마을 만들기를 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월곶면이다.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풍물동아리 ‘노나메기’의 역량을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노나메기는 체계적이고 공익적 사업에 목표를 두고 있는 지역동아리라 설명한다.

“노나메기의 기본가치는 ‘너도나도 일하고 너도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입니다. 그 기본 가치처럼 지역을 잘 살게 할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 본 결과 살롱의 형태를 빌린 공간을 만들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월곶쌀롱이다. 그런데 왜 ‘살롱’이 아니고 ‘쌀롱’인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예상외로 담백하면서 심오했다.

“우리 쌀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순 한글 ‘쌀’자에 길이의 의미를 가진 영어 ‘long’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우리네 정서를 두 자에 녹아내린 거죠”

우리네 정서가 녹아내린 이곳을 김 위원장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 말한다. 그는 이곳을 주민이 앞으로 20년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면서 발전은 필요 없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그는 지금은 허접해 보여도 이대로 10년‧20년이 지나면 상대적으로 재생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 일축한다. 역시 비장한 계획이 있었다. 

김포의 여러 곳이 세련되게 변했다. 시민은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삶의 질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먼 훗날 세련된 도시민들은 어디서 힐링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월곶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5‧10일 열리는 군하리장에는 ‘생선’이 무척이나 많으니 둘러보세요”

군하리에도 5일장이 펼쳐진다. 예전부터 한번도 어김없이 열렸다. 그러나 그 규모가 작아 마을 아낙들만이 단골이다. 

통진이청 자리가 있는 이곳 군하리가 옛 통진이라 할 수 있는데조강을 통해 들어오는 보부상이 늘 들렸던 곳이어서 장을 중심으로 마을이 번창했다. 지금은 군하리장이라 하지만 불과 40여년 전만해도 통진장으로 불렸다.

“지금은 단출한 모습을 보입니다만, 예전에는 우시장도 들어 설만큼 큰 장이였습니다. 6‧25전쟁으로 건물이 유실되고 1972년 강화대교 개통 후 생활권이 강화로 이동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군하리장에서 생선가게는 아직도 북적된다고 한다. 그는 느지막한 오후에 5일과 10일장인 군하리장에 한번 들려 보라한다. 덤에 덤을 주는 생선장사 인심의 근원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 사람을 남기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월곶쌀롱의 모체 노나메기 회원의 평균연령은 60대로 다소 높은 편이다. 이에 김용태 위원장은 월곶쌀롱에 대한 활용방안을 ‘교육’에 두고 사람을 만나 사람을 남기는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농촌의 느슨한 구조에서 그리 녹록지 않을 터.

“쌀롱을 중심으로 주위 빈집을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에 관심을 둔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죠. 이곳 농촌은 느슨한 조직이지만 그 느슨함이 향수를 불러 일으켜 창작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느슨한 구조에서 찾는 향수. 맞는 말이다. 우리 농촌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을 만나 사람을 남긴다는 건 어쩜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김 위원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나 보다. 이때, 아이들과 지역의 관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 사업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이 움직여야 합니다. 마을은 우리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이를 우리 아이들이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일을 지금 우리가 해야 합니다. 그들은 아웃사이더 학자가 될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즉, 마을에서 농사를 잘 짓는 사람, 술을 잘 빚는 사람,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이들을 마을이 인정하고 키워가는 것 또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 한다.

김용태 위원장은 평생을 월곶에 머물며 농민의 삶을 위해, 그들의 터전인 농촌을 살리기 위해 힘 써왔던 그의 뼈는 이제 60이 됐다. 그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한, 농촌에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제는 농촌이 변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재미있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들이 현장에서 감을 익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과 마을이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마을과 마을이 서로 벤치마킹하는 그날이 멀지 않았음도 내비쳤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 사람과 사람을 성장시키는 곳 ‘월곶쌀롱’은 과연 그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는 ‘내 마음이 따뜻해도 상대를 감동을 주지 못하면 그만’이라며 그저 ‘따끈따끈한 곳’이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통진이청 대청마루가 널찍하니 썩 괜찮다며 춘삼월이 오면 어머니들을 모시고 화전놀이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시골 여성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그 역할을 월곶쌀롱이 충분히 해 줄 것이라 한다.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월곶쌀롱은 분명 과거 유럽의 살롱처럼 대화와 토론의 장이자 문화와 지성의 공간이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겨울이 한창이지만, 그가 있는 이곳 월곶면은 벌써 봄바람이 살랑이는 듯하다.

양미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 인기기사
1
마산동, 올 해 구래동에서 ‘분동(分洞)’
2
김포시, 민원서비스 평가 전국 최하위 '망신살'
3
정하영 시장, '민원서비스 평가 전국 최하위' 사과
4
김포~계양 고속도로 건설사업 기재부 예타 신청
5
풍무2지구 도시개발사업 준공지연 불가피
6
“그림은요, 좋은 사람이 되게 하죠”
7
김포시, 산업‧문화‧일자리가 해결되는 ‘자족 신도시’ 구상
8
김계순 의원 "여성친화도시 재지정 추진에 대해"
9
사진과 같은 설치물 있으면 ‘금연거리’
10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활동’도 김포시처럼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게시판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등록번호: 경기 아 50303 등록일: 2011.11.15 발행인·편집인: 전광희 청소년보호책임자: 전광희
주소: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48 드림월드프라자 704호 Tel: 031)998-6161 Fax: 031)984-7117  |  이메일 : jkh@city21.co.kr
Copyright © 2004 씨티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