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기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진행한 ‘정명 1260년 김포를 찾아서 - 김포문화 명예 해설사’ 보고서에서 문화체육분과장을 맡았던 김명수 씨의 회고다.

장기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총 7개월간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것도 우리 김포역사를 말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세 명의 청소년 명예해설사를 배출했다. 그 중심에 김명수 씨가 있었다.

무술년인 2018년 씨티21뉴스 첫 인터뷰는 전 장기동 주민자치위원회 문화체육분과장이자 현 우리고속관광 대표 김명수 씨다.

“안녕하세요. 김포 독거총각 김명수 입니다!”

김명수 씨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 장기동 주민자치위원회 문화체육분과장, 우리고속관광 대표, 독서모임 ‘나눔’ 모임장 등. 무엇보다도 독고총각이라는 닉네임이 이채롭다. 그는 결혼 정년기를 훌쩍 넘긴 40이라는 나이에 붙여진 수식어라며, 마음에 든다고 한다. 현실이기에.

그가 이채로운 건 닉네임뿐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김포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흔한 지식이 아닌 말 그대로 여러 방면에서 많이도 알고 있다. 그는 어디서 정보를 얻는 걸까?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역사라기보다는 옛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죠. 책을 통해서 얻은 정보도 있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많은 양의 김포 이야기들이 적립되어 있더군요”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구전을 통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너무도 잘 알려진 고전소설이나 희귀자료들은 입과 입을 통해 내려와 후세에 자료로 남겨진 경우가 다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진행한 결과물이 ‘정명 1260년 김포를 찾아서 - 김포문화 명예 해설사’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김포에서 청소년들에게 오롯이 김포를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학창시절 내 조상알기와 더불어 김포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던 김포 출신 선생님들께 들었던 기억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이죠”

7개월동안 장릉, 덕포진, 통진이청, 문수산, 전류리포구 등을 청소년들과 답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물음표에 대한 답을 청소년 스스로에게 요구했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차시가 거듭할수록 질문을 하고, 자료 준비를 하고, 발표하기 시작하고, 해설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0월 청소년 명예해설사 3명을 배출한다.

“지금은 인천이 미추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인천이 아닌 김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제본기 미추홀의 지형은 서쪽은 높고, 동쪽은 자연해자가 흐르며, 짠물이 나고 땅이 습하다고 전하기 때문이죠”

그는 항공사진을 제시하면서 1983년 동아건설이 간척사업을 진행하기 전, 서구 검단과 양촌읍 학운리 일원이 바닷가였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물이 검고 짜다 해 정해진 감정동의 지명과 인천항에서 6시간 동안 밀물이 전류리까지 들어오고 그 물이 잠실까지 흐르는 이치 등을 나열하며 누가 보더라도 미추홀은 김포일 것이란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역사적 근거에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아니, 부끄러웠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요? 지금 하는 일이죠”

명수 씨는 현재 ‘우리고속관광’ 대표로 있다. 경호학을 전공한 그가 운수업이라니 이 또한 독특하다. 더욱 독특한 건 한번도 꺼리는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에게 있어 망설임이란 절대 통하지 않는다. 군복무 후 사회로 돌아온 그는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적힌 장래희망 란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직업을 정한다. 바로 운수업.

“희망사항란에 ‘관광버스 운전’이라 적혀있더라고요. 기억조차 할 수 없어 생소했습니다. 운수업이라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 생각했죠. 그리고 김포대 관광영어과에 입학해 관련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는 2014년 ‘우리고속관광’ 간판을 걸고 서둘러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해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이듬해는 메리스로 온 국민이 얼어 있었으며, 2016년 국회의원 선거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어 2017년은 대선의 여파까지….

현재 그는 13대의 차량을 가지고, 김포 관내에 있는 학원차를 운행하고, 김포대학교 통학버스를 움직인다. 그도 사업자라 얼마 후 있을 김포대학 통학버스 입찰에 통과했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꾸준히 이어가는 독서모임, 질기게 이어가고 싶어”

본업인 운수업에, 김포 알리기로 바쁜 그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 바로 매주 월요일 늦은 오후에 뭉치는 독서모임 ‘나눔’이다.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모임인데, 전임 모임장이 지난해 초 해외발령으로 명수 씨가 모임장을 맡게 되었다.

“최고의 힐링 시간입니다. 자유롭고, 따뜻한 시간이죠. 매주 한 번의 모임이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가족 같은 모임이죠”

이들에게 주제란 없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와 약 2시간 정도 읽은 후 자신의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끝. 여기에 다른 이의 개입이나 의견은 없다. 순수하게 그 자체를 받아 들이는 그런 시간이다.

“각자 다른 직업군과, 관심사를 가지고 독서를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공통된 무엇인가를 찾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문학 책을 읽은 회원, 과학도서를 읽은 회원 등 다양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휴먼’이라는 공통점이 나옵니다. 그걸 가지고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그런 그들의 질긴 모임 덕이었을까? 중봉도서관에서 선정하는 우수동아리로 2회연속 선정돼 도서를 지원 받기도 했다.

“역사는 곧 거울입니다.”

곡절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만은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김포의 옛 이야기가 있어서다. 지난해 1년동안 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김포 역사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알면 알수록 많은 것들을 품었음에도 그 속살을 다 보여주지 않는, 마치 양파같은 존재죠. 양파는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김포가 이름 붙여진지 1261년 되었다지만, 그 이상의 숨결을 어떻게 발굴하고 이어가느냐가 앞으로의 1000년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수 씨에게 역사란 무엇으로 일축 하겠냐 묻자 역사는 ‘거울’이라 한다. 밝혀져 있는 역사가 진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는데,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장점을 찾을 수도 단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역사 또한 교과서에서 보는 아픈 역사보다는 숨겨진 화려하고 재미있는 역사가 많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어떤 곳이 되었던 ‘김포 알리기’에 함께하겠다는 열정도 보였다.

그의 김포에 대한 사랑은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 자판 몇 번 두드려 나오는 애정은 절대 아닐 것이다. 나태주의 시(詩) ‘풀꽃’에 그려진 시어들처럼 역사 또한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예쁜 존재라 이야기하는 그는 진정한 오늘의 역사가 아닌가 싶다.

김포의 대표 독거총각을 자처하며 오늘도 숨어 있는 김포의 옛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명수 씨. 그가 있어 김포의 겨울 해는 오늘도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내일의 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