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 오피니언
<독자기고> 박스가 생명 줄, 최 할머니의 죽음조형묵/김포사랑의 쌀 나눔 회장
씨티21  |  webmaster@city21.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27  11:38: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 조형묵 회장
우리나라가 어느덧 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이르다 보니 요즘 신문 방송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은퇴 후 인생 2막의 올곧은 삶에 대한 정보가 홍수를 이룬다.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 키워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첫째가 돈(경제력), 둘째 건강, 셋째 일, 넷째 친구 및 취미 생활, 다섯째 봉사다.

이를 다시 세분해 보면 궁색해서는 노후가 행복할 수 없고, 나이가 들면 자연히 심신이 쇠약해져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섭취로 건강을 유지해야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 관계가 원활히 유지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일이 있어야 일상생활이 무기력하지 않고, 원활한 친구 관계와 취미활동, 봉사활동은 보람과 더불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7년 전 퇴직하며 이 중 취약한 취미활동과 봉사에 접근하기 위해 제일 먼저 사회복지사 자격 획득에 이어 색소폰 배우기에 몰두하여 현재 3년째 수학 중이다.

이와 함께 평생 해온 글쓰기를 취미활동에 연계하기 위해 뒤늦게 시인과 수필가에 입문, 문학 공부에도 열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인들과 틈틈이 등산, 파크골프, 역사탐방(매월 전국 역사현장 순방) 등의 활동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바람처럼 훅~ 지나가 인천 길 병원 이길녀 원장(85)의 “바빠서 늙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나이가 어언 70대 중반에 이르다 보니 분명 늙은이가 분명한데 아직 몸과 정신이 성성한 것은 내가 건강관리를 잘 해서기보다 부모님이 건강한 육신을 물려주신 것이기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사회복지사 자격 획득은 퇴직 후 봉사활동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 그런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했던가.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하 셋방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식당에서 일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어머니(60)와 장애인 큰딸, 실직한 후 병마와 싸우던 작은 딸(32)이 함께 골방에 연탄을 피워 자살한 것이다. 20일간 빵과 라면으로 연명하였다는 신문기사를 보니 마치 내가 죄인인 양 그 아픔이 가슴을 옥좨오는 한편 벅찬 감동도 파도처럼 함께 밀려왔다. ‘그래! 내가 할 일이 이거다. 내가 사는 김포시에서만큼은 이들처럼 쌀이 없어 굶다가 끝내는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만은 막아보자’고 굳게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밤새도록 ‘약자들을 위한 무료 쌀 지원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병원장, 목사 기업인 등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호소와 설득을 편 결과 한 달 만에 민간 봉사단체인 ‘김포사랑의쌀나눔회‘를 설립 할 수 있었다. 그리고 7월부터 4년째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1백여 가구에 매달 쌀을 직접 무료배달하며 4년째 회원들과 독거노인 돌봄 활동도 함께 펴고 있다.

오늘은 매월 15일에 실시하는 쌀 봉사의 날. 이날이 오면 나는 설렘과 걱정 등 두 가지 생각과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먼저 그분들에게 한 달 치 식량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기쁨, 그리고 외롭게 병마와 싸우며 고통받는 모습을 한 달 만에 다시 보며 느끼는 마음의 고통이 그것이다. 지원자 대다수가 75~95세에 이르는 고령에 80% 이상이 독거노인이고 보니 경제적 궁핍과 함께 대상자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정신질환, 치매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개별 방문에 앞서 꼭 전화하는데 한참 동안 전화를 받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혹시 기진맥진 혼자서 병마와 외롭게 사투하다 문고리를 붙들고 쓰러진 것은 아닌지, 지병이 더 악화되어 이웃의 도움으로 긴급히 병원에 실려 간 것은 아닌지 등등. 그래서 전화를 반갑게 받고 만나서 환한 얼굴로 쌀을 받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만날 때마다 표정과 인사법이 제각각인 김정숙(61) 씨, 거동이 어려워 방에 누워 쌀을 받는 태계순(88) 할머니,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여러 번 말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한 민경숙 할머니(90), 넓은 들판 논 한 귀퉁이에 무허가 비닐 집을 짓고 사는 청각장애자 한영순(71) 씨, 당료, 관절염 등 노인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중증 치매 아내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조규화(76) 할아버지, 밭 한 쪽에 작은 조립식주택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장탐분(96) 할머니 등 매달 만나는 스물 두 분 모두가 다 그랬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과 기쁨을 가슴에 듬뿍 담아오기도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다 보니 마치 가족과도 같아 텃밭 짜 뚜 리 땅에 심어 가꾼 상추 고추 등 각종 채소를 선물 받기도 하고,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라며 냉수와 요구르트 등 음료수를 건네며 행복한 미소를 함께 나눈다.

그러나 오늘은 스산한 날씨만큼 무척 우울하다. 아니 슬프고 가슴 아프다.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장애인 아들과 살면서 길거리에서 박스, 빈 병 등을 주워다 팔아 생활하는 최원례(81세) 할머니가 집안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다 넘어져 병원 통원치료 중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최 할머니는 키가 작고 또한 허리가 굽어 행동은 느리지만 늘 밝은 표정과 상냥한 말로“회장님 감사합니다”라며 나를 맞는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비록 길거리 버려진 박스 줍는 일로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는 할머니 절규의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만날 때마다 집안 곳곳에 가득 쌓인 각종 쓰레기를 굽은 허리를 한 손으로 부여안고 뒤뚱뒤뚱 분리하시던 할머니. 또 잦은 감기와 피로로 자주 코피가 터져 솜으로 한쪽 코를 막고, 작은 몸, 작은 손, 굼뜬 행동 탓으로 길거리서 박스 수거 중 잦은 교통사고로 병원 입 퇴원을 밥 먹듯 해왔던 최 할머니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 스쳐 지날 뿐 최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약자들이 우리 주위에 수많이 존재한다. 그의 허망한 죽음이 1백38만 독거노인들의 신음으로 오버랩 되어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7월 하순. 주룩주룩 장대비가 장승곡이 되어 내 귓전을 맴돌다 뜬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3년간 나와 짧은 인연을 아쉬워하는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의 몸짓인가?’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숙연해진다. 할머니! 이제 이승에서의 고단한 삶 모두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세요.

*외부 기고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씨티21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 인기기사
1
한강시네폴리스 사업 시공사 선정 '본격시동'
2
<대표칼럼>김포시의 좌고우면(左顧右眄) 행정
3
김포시유소년야구단 전국 최강!
4
학생 수 증가는 폭발적 … 교육서비스는 제자리
5
시네폴리스 진입도로 예비타당성조사 돌입
6
“너의 그늘이 되어줄게”
7
김두관 의원,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개정안 발의
8
홍철호의원 "스쿨존 CCTV 설치 의무해야"
9
초등교실 공기청정기 설치 본격 추진
10
소방관 폭행 2배 늘어…최근 5년간 870건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게시판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등록번호: 경기 아 50303 등록일: 2011.11.15 발행인·편집인: 전광희 청소년보호책임자: 전광희
주소: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48 드림월드프라자 704호 Tel: 031)998-6161 Fax: 031)984-7117  |  이메일 : jkh@city21.co.kr
Copyright © 2004 씨티2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