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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체는 요리”[인터뷰] 쿠킹스튜디오 Dine 엄은경 대표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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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1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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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한 하늘 아래 보리가 익어가는 유월이다. 망종과 하지가 있는 유월은 여름이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이즈음을 보릿고개라 했다. 보리는 여물지 않았는데 지난해 수확한 양식이 바닥 날 시기니 끼니 걱정이 앞서는 때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끼니 걱정은 고사하고 계절 과일, 계절 음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다. 먹을거리가 풍족하다지만 우리가 놓치고 지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제대로 된 음식 섭취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음식은 과연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이런 의식의 변화 덕분일까. 최근 제대로 된 음식문화를 찾으려는 바람이 곳곳에 불고 그 중심에 요리연구가 엄은경 쿠킹스튜디오 Dine 대표가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식생활 의식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르고 건강한 밥상을 알리고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당차고 맛있는 요리 이야기를 들었다.

“끝까지 가지 않았으면서 지금을 의심하지 말자”

요리에 대해 뭣도 모르고 도착한 기자를 환히 반기기는 건 그의 앞치마였다. 그 누구보다도 앞치마 차림이 잘 어울리는 엄은경 대표. 그는 20여년전부터 김포에 살았지만 솔직히 김포에서 그의 데이터를 찾기란 좀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동분서주했기 때문이다.

“20여년전 부모님과 김포에 왔습니다. 당시 사우동이며, 북변동에서 올챙이를 줍고 지냈죠. 김포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을 모두 외부에서 다녔습니다. 그러니 김포에 저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의 말처럼 그는 학창시절을 모두 서울에서 보냈으며, 대학졸업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와 메짜루나에서 근무했다. 그 후 홀연 호주 유학을 결심하고 비행기를 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원석 쉐프와의 인연을 접고 그가 호주 행을 택한 이유는 뭘까.

“요리가 좋으니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하려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쉐프라는 길은 생각보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입니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가진 저로서는 요리를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죠”

웬만한 남성들도 힘들다는 레스토랑 쉐프 일을 여성인 엄 대표가 버티는 게 용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게 호주 유학이라고 말한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던 동양 여자가 서양에서 공부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았을 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울었다는 그의 유학기에서 쌉쌀 달달함이 묻어난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동생이었습니다. 당시 동생도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말하더군요. 끝까지 가지 않았으면서 지금을 의심하지 말자고요”

“콤플렉스는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건설업을 하셨던 아버지는 그가 영어 선생님이 되길 바랐단다. 아버지의 바람은 바람일 뿐 그는 요리자격증에 매진했다. 어머니의 지지가 컸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죠. 그런 제가 지금은 요리를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아니지만,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최근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동안 아버지께서는 알게 모르게 요리에 대한 스크랩을 하고 계셨더라고요.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제가 기특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는 학업에 대한 콤플렉스가 자신을 이끈 원동력이라 믿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대입 준비에 바빴지만 전 요리 자격증 취득에 바빴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좋은 성적을 내기란 어려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하나둘 느는 자격증이 제 자존감을 살렸습니다. 그 덕분에 요리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을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요리도 지혜”

글로벌 시대. 조리 실무를 영어로 가르치는 그가 대학가에 유명인사로 자리 잡았던 건 어쩜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엄 대표는 전국을 돌며 현장감 있는 조리실무와 영어의 두 마리 토끼를 학생들에게 전수했다. 에너지 넘치는 그가 대학 강단에서 지금 레시피 개발자로 이어지기 까지 사연이 궁금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인 제게 결혼과 출산의 새로운 길이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삶의 균형이 맞지 않더군요. 요리에 재능은 있으니 이번에는 이론이 아닌 실전을 가르쳐보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가 요리와 땔 수 없는 주부를 공약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그는 주부들의 생활양식을 고려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요리 수업을 진행했고 호응도 상당이 높았다. 매스컴에서도 여러차례 소개된 엄 대표는 강단에 섰던 교육 숙련도를 요리 실무에 접목시키는 세계를 개척한다.

“요리도 지혜입니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아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죠. 저는 여기 오시는 분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더운 여름에 땀 흘려가며 음식하지 말라고요. 차라리 에어컨 빵빵 나오는 곳에서 외식을 하라고 권합니다”

의아 했다. 요리연구가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듯해서다. 사실, 더운 여름 가스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기란 겪어 본 사람이라면 ‘맞아맞아!’를 외치며 두손을 부딪칠 거다. 그의 인기는 이런 소탈함에서 묻어나는 게 아닐까.

“의식이 있는 엄마가 밥상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죠”

엄 대표는 요즘 음식문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입맛은 패스트푸드에 길든지 오래고, 자극적 음식이 우리 입맛을 만족하게 하니 말이다. 이뿐인가. 유전자 변형 재료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성조숙증과 같은 병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밥상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주부의 의식변화가 우선이 돼야죠. 매일 밥을 해 먹는 건 현실상 힘든 일입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이라도 좋은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거죠. 그렇게 의식 있는 엄마가 차린 밥상과 그렇지 않고 매일 외식에 의존하고 살았던 아이들의 결과적인 성장상태나 건강상태는 차이가 큽니다”

좋은 재료가 무엇이냐 묻자 우리 기름, 간장, 된장, 고추장, 달걀, 우유 등 음식을 만드는 기초 재료라 한다.

“우리 농민들은 유전자 변형이 뭔지 전혀 모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재료를 있는 그대로 숙성시키거나 발효시켜 장류를 만들죠. 이런 식재료가 바로 좋은 재료입니다”

“어떤 분은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계산해 보세요. 우리가 기름을 매일 몇 리터씩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장류를 하루에 몇 킬로씩 섭취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가로 따져보았을 때 1회당 200원, 많아야 300원 차이입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이 정도 투자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체는 요리”

하루하루 겹치는 게 없는 쿠킹 스튜디오. 너무도 좁은 공간에서 별일이 다 일어난다. 요리 실습장이 되었다가 근사한 레스토랑이 되었다가 레시피 개발하는 연구소도 된다. 이뿐만 아니라 촬영장도 되며, 컨설팅에 모임도 된다. 요리로 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나 할까.

요리를 한마디로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냐 묻자 ‘가장 아름다운 매체’라 한다. 요리는 맛있고 즐겁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이런 것으로 소통할 유일한 매체이기 때문이란다.

“요리를 떠올리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저는 제 능력으로 이 자리에 선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매체인 요리가 이 자리를 만든 거죠”

라고 말하는 쿠킹 스튜디오 엄은경 대표. 인터뷰 내내 방긋방긋 웃는 그의 볼이 참 예뻐 보였다. 그의 좁은 공간에서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궁금하다.

오래전부터 식생활 의식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르고 건강한 밥상을 알리고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엄은경 대표. 청청한 유월. 그의 모험,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성취감이 익어가는 보리만큼이나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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