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과 화재 그리고 지상, 지하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뿐이겠는가. 비행기와 선박 사고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는 상황에서 안전이야말로 정도의 지나침은 없다.

위험에 노출되면 우리는 얼마나 현명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시원스럽게 대답할 수 있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성인도 이러한데 어린이의 경우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당연한 일.

그럼, 우리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현명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위험에서 벗어날 요령을 가르칠 수 있는가. 이 또한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건 전혀 없다는 사실. 지난 3월 정식 개관한 김포소방서 안전체험관(이하 체험관)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 때문이다.

■ 화재, 더는 당황할 것 없어요! …화재진압 대피 체험

나른한 유월 어느 금요일 오후. 김포소방서 3층에 모인 영어유치원 30여명 어린이들은 토끼처럼 쫑긋이 교관의 설명에 귀를 모으고 있었다.

체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재진압, 연기피난, 완강기 체험 등은 그동안 우리 생활에서 쉽고 많이 발생하는 화재를 분석하고 데이터로 구축해 체험자가 직접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자가 찾았던 날은 김포소방서 3층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린이들이 화재의 도가니로 빠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싶지만 화재 현장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 급박한 상황에 어린이 소방대원이 소화기를 들고 나섰다.

그런데 소화기에서 뿜어져야 할 물은 소식이 도통 없다. 왜 그럴까. 꼬마 소방대원은 당황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안전핀을 뽑지 않았기 때문. 고사리손으로 안전핀을 제거하고 화마를 잡는 모습은 여느 소방관 못지않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로 화재는 금세 꼬리를 내린다.

불이 났을 때 소진하는 게 우선이지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큰 목적이리라. 특히 고층에서 불이 났을 때 완강기는 동아줄과도 같다. 완강기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아느냐고 교관이 질문한다. 씩씩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답하기를 집 창고에 물건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다 답한다. 아이의 순수성에 어른들은 두손두발 다 들었다.

완강기 체험을 통해 완강기는 물건 받침대의 오명을 벗는다.

■ 도로, 이리저리 살필 수 있어요! …도로교통 안전체험

완강기 체험을 마치고 난 아이들은 도로교통 안전체험으로 향한다.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아이들은 운전자의 사각지대에서 놓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거리나 도로에서 뛰려는 아이들의 본능은 돌발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위를 필요로 한다.

체험장에서는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거리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접목해 도로교통 안전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낮은 키의 아이들은 미니 횡단보도에서 지도 교관 안내에 따라 어미 닭을 쫓아가는 병아리처럼 삐악삐악 거리며 잘도 따라한다.

이런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도로에서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자신이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 김포, 도시철도 시대 … 도시철도탈출 체험

아이들에게 불이 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 묻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불이야!’를 외치는 거란다. 빙고다. 화재 시 여러 사람에게 불이 났음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불이야!’를 외쳐야 하는데 어린 꼬마들이 참 잘도 알고 있다.

그럼,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자 이번에 토끼가 아닌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어른들도 이런 상황에선 자연스럽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 했다. 그러나 한번 보는 것보다는 직접 체험해 요령을 익히는 게 훨씬 좋다.

‘불이야!’ 다음으로 화재 경보 비상벨을 힘껏 눌러 불이 났음을 알려야 한다. 평소 비상벨 위치를 숙지하고 있는 것도 삶에 지혜. 특히 지하철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제2차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는 2018년 김포도시철도 시대를 앞두고 어린이들이 철도 이용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체험관은 쌍둥이 모형 지하철을 만들고 체험자에게 밀폐공간에서 위험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을 재밌게 알려준다.

불과 동반하는 연기에서 호흡기를 최대한 보호할 행동요령, 비상벨 위치, 문 여는 법을 체험하는 동안 아이들의 상징인 장난기란 눈 씻고 볼 수 없다. 또한, 2차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어두운 통로를 조심조심 움직이며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사뭇 진지함도 배어있다.

■ 이제, 물에서도 안전해요! …수난안전체험

본격적인 여름이다. 물놀이를 빼놓고는 여름을 논할 수 없는데, 그만큼 물놀이 사고가 많은 계절이 여름이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여객선을 이용해 오지체험을 하려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상사고에 대한 철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이즘이다.

물놀이 가기 전 체험장에 꼭 방문해 물놀이 사고를 예방해 보는 건 어떨까. 특히 체격이 작은 어린이의 경우 수심에 차이에도 민감하므로 보호자의 주위가 각별하다. 참고로 이곳 수난안전체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프로그램이다.

들뜬 마음으로 선박에 오른 어린이들에게는 모든 게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거센 물살로 흔들리는 선상은 아수라장이 되고 곳곳에서 찌르는 비명이 가득하다. 우리 어린이들 이런 상황에서도 절대 당황하는 법은 없다. 구명조끼 착용만으로도 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입히는 구명조끼는 가슴 앞쪽만 채우는데 그럼 위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 조끼 뒤쪽에 있는 줄을 다리 사이로 빼 앞쪽으로 고정해야 한다. 이 줄을 ‘생명줄’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이 줄을 꼭 매어야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명조끼에 생명줄까지 단단히 맸으니 이젠 선박에서 탈출할 차례. 나부터 살겠다고 밀치는 어른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 어린이들 차례차례 줄 맞춰 물을 향해 풍덩이며 탈출에 성공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위험 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으리라.

■ 지진, 피할 수는 없지만 대피할 순 있어요! …지진체험

최근 우리나라를 흔드는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다. 이웃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형 상 지진 발생이 빈번하다 보니 그에 따른 대피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무방비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감각상태 정도는 되는 듯하다.

이런 지진에 대한 무감각상태를 감각적으로 돌리는 체험이 바로 지진체험이다. 모션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지진 강도에 따라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한다.

지진 발생 시 보호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머리가 우선. 체험하는 아이들은 일제히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식탁 밑과 같은 곳으로 잽싸게 몸을 보호한다. 그리고 재난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하는 요령을 배운다. 아이들은 이 체험으로 지진의 위험성을 확실히 파악했으리라. 그리고 그에 따른 대응요령을 몸으로 느끼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늘의 경험을 살릴 것이다.

체험관에서 진행되는 지진체험은 지진뿐만 아니라 건물 붕괴와 같은 상황도 접목하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기도 안전체험관은 현재 김포를 포함한 6곳이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시설이면 시설, 위치면 위치, 체험프로그램이면 체험프로그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단연 김포소방서 안전체험관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시에서도 밴치마킹을 하러 온다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그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을 체험한다니 더욱 뿌듯할 수밖에.

오늘 저녁, 아이가 뜬금없이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 백발백중 김포소방서 안전체험관에서 신나게 체험하고 왔다는 증거다.

김포소방서 안전체험관은 넘치는 인기로 100% 예약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며 체험프로그램은 하루 3회 이뤄진다. 자세한 사항은 김포소방서 예방교육훈련팀 (☎031-980-4315~6)이나 사이트(https://119.gg.go.kr/gimpo)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