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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봄이 왔다네"조 형 묵/ <칼럼리스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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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3  17: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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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야산 비탈을 깎아 지은 8백 세대 규모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급 아파트단지에서 산다.

그러나 생활 편의시설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없는 아쉬움 (중심상권서 1km거리) 말고는 큰 불편이 없어 우리 부부는 ‘우리 같은 은퇴자와 노령자들이 살기에는 최고의 주거 환경’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지낸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맑은 공기와 산뜻한 바람이 가슴을 녹여주고 남과 북으로 탁 트인 베란다에 서면 풍광이 잘 어우러진 전원주택의 대청마루에 선 기분이다.

이뿐 아니다. 아파트 진입로에서 200m 정도 들어오면 마치 병풍처럼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겨울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엔 숲과 나무가 시야를 가득 메워 마치 이국의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한 시간에서 세 시간에 이르는 야산 둘레 길은 노후의 건강관리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5~10월의 산길은 손바닥처럼 펼쳐진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최고의 등산로로 손색이 없다. 나는 며칠 전 내가 즐겨 찾는 우리 동네 뒷산(금정산)의 새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펴며 한 걸음 한 걸음 산등성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문 방송이 연일 봄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나도 잠시 산에 올라 봄 향기에 흠뻑 취해 봄노래를 한 소절 흥얼거리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겨울의 끝쯤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나처럼 ‘나무들도 아직 새싹을 틔어내지 못한 채 하늘과 바람에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주고 그저 덤덤히 봄을 기다리고 있겠지...그러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제일 먼저 나의 상상의 나래를 깬 것은 어느새 연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춤추듯 하늘대는 수양버들, 여기 저기 산하를 진녹색으로 수놓은 찔레꽃나무. 이것뿐이 아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방긋 얼굴을 내민 봄의 화신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하여 등산객의 마음을 붓 들고, 산기슭에 외롭게 혼자 선 목련 한그루도 꽃대를 내밀고 순백의 아름다운 꽃송이를 하나씩 피워내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곧 초봄을 알리는 노랑할미새가 푸르른 창공을 훨훨 날고, 2~3일 후면 봄의 절정 벚꽃이 김포 들녘에서 그 화사한 자태를 맘껏 뽐내며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만천하에 알리겠지..

뒤이어 탐스럽게 피어오른 연산홍과 철쭉꽃도 군락을 이루고 ‘봄 알리미’호랑나비 도롱뇽 두꺼비 뻐꾸기 할미꽃도 봄의 성찬에 끼어들어 새봄을 함께 찬미하며, 아지랑이 아롱아롱 들판에선 농부들의 발걸음도 분주해 질것이다.

곧이어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6월의 푸름은 봄 향기에 취한 풋 처녀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며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소쩍새 꾀꼬리가 여름을 노래하고 고추잠자리 금강초롱꽃 검은 딱새는 가을의 초병이 되어 결실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며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겠지.

봄 여름 가을... 내가 지금 사는 이곳 장릉산 기슭은 사계(四季)의 변화를 모두 보고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특히 가을은 곱게 물든 단풍의 정취와 함께 둥굴둥굴 윤기 나는 알밤 줍는 재미가 쏠쏠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장릉산허리 호수에서 태어난 물보라가 산허리를 돌아가면 어김없이 석양이 물들고, 맑은 공기가 샘솟듯 충만한 금정산 자락에서 노후에 건강도 지키며 하루하루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그래서 ‘나의 은퇴 생활 이만하면 됐다’고 포만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나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니 허허로움 뿐 무엇 하나 미더운 구석이 없다. 바람같이 ‘훅’하고 지나간 지난 70년 세월.

그러나 나는 아직도 굳어져가는 화석처럼 드넓은 벌판에 외로이 서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슬프다.

매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온갖 꽃을 피워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데 내 인생의 봄은 언제 나를 찾아올까. 며칠 전 뒷동산에 버려진 진달래 꽃가지가 화병속의 물을 먹고 특유의 연분홍색 꽃을 활짝 피어내듯 나와 인생의 새봄을 함께 만들어갈 멋진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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