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말이다. 그가 읊조린 것처럼 김포는 ‘김포(金浦)’로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지리적 요충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김포(金浦)’가 되었다.

김포시는 그동안 역사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근거가 될 자료 찾기에 힘을 기울였다. 역사적 근거는 물론 뒷받침될 정설을 찾아 데이터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분석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 결과 김포시는 과거를 거슬러 현재에 와 있는 것임을 깨닫고 1260년 전을 기점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나섰다.

■ 정명 1260년, 김포의 현주소는?

김포의 역사는 오천년으로 보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역사 기록에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장수왕 63년(475)이다. 삼국사기 지리지편에 김포는 고구려가 한강하구 지역을 차지할 때부터 지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요충지여서 이 일대가 각국의 각축장이었음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 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자 신라 제 35대 왕인 경덕왕은 이전의 고구려와 백제, 가야시대의 명칭을 뒤섞여 사용하고 있던 지명을 정비하기 시작한다. 그는 전국에 9주(州) 5경(京) 121군(郡) 290현(縣)의 명칭과 행정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통해 지방통치의 효율성을 높인 인물로 유명하다. 또한, 759년 조정과 궁궐 안의 각 부서의 명칭을 변경해 중앙 행정체계를 정비해 지방통제력을 강화한다.

우리 시 지명인 김포는 경덕왕이 국토를 재편할 때 검포현(黔浦縣)을 개칭한 김포현(金浦縣)이라 불려오다 조선 인조 10년 북성산(현 장릉산)에 인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장릉을 모신 후 군으로 승격한다. 이어 고종 때 본격적인 군(郡)이 되었고 1914년 통진부와 양천현을 흡수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지난 1998년 시로 승격한 김포는 우리 역사의 현주소다.

■ 경덕왕, 21세기를 꽤 뚫다

경덕왕께서 일찍이 21세기를 내다 본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김포시가 제시한 역사 자료를 살펴보면 김포보다 앞서 이름이 지어진 곳은 경덕왕 10년 부여(扶餘) 한 곳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경덕왕이 국토를 정비할 당시 김포를 포함한 거제(巨濟), 거창(居昌), 고령(高靈), 삼척(三陟), 김제(金堤), 영암(靈巖), 임실(任實), 무안(務安) 등 총 30곳은 오늘날까지 각 지역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통일신라 효공왕이 903년에 나주를 정명했으며, 고려 태조가 900년 초‧중반에 충청남도 예산을 포함한 약 20곳을 명명했다. 그 외 지역은 고려 말기나 조선시대 또는 근대에 와서야 지명이 정해진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김포시와 이웃하고 있는 고양시의 경우 조선 태종 때인 1413년에, 부천시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4년에 정해진 이름을 쓰고 있다. 서울시 담당 구의 명칭도 대개 1970대 붙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우리 김포시는 어떠한가. 나주보다는 146년, 919년부터 불려온 예산보다 162년, 고양보다 656년, 부천보다 무려 1157년 앞서 지금의 김포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각 지방자치 홈페이지를 방문해 최초 지명사용 연도를 비교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 조강, 그리고 김포

할아버지 강 ‘조강(祖江)’이 있어 시대의 깊이를 더 하는 김포. 전국 여느 지역보다 먼저 이름 붙여진 김포가 할아버지 강인 조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강의 근원이라는 의미가 있는 조강은 북한 황해도 개풍 지역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한강 하류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그리고 염하(김포와 강화 사이를 흐르는 물길)가 한데 화합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남과 북의 물길이 모여 하나가 되는 지역이다 보니 김포시가 평화문화도시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포시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중심에 서 있다. 비록 고구려부터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지만,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한반도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음은 자명하다. 이에 발맞춰 김포시는 ‘김포(金浦)’의 이름을 모든 시민에게 알리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60갑자를 스물한 번째 맞는 지금 말이다.

정명 1260년을 맞이하는 올 해. 역사는 김포에게 김포는 우리에게 좋은 빛깔과 향기로 잊히지 않는 하나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