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표 김포이북도민회 회장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념이 서로 달라 선 하나로 가족과 만날 수 없는 그들. 그들은 바로 ‘실향민’이라는 이름으로 66년간 통일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현재 김포시 실향민 수는 약 4만명이다. 고향 잃은 슬픔과 북에 남아 있을 가족 생각에 하루도 발을 펴고 잘 수 없었던 실향민들. 김포시에서는 이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지키고자 ‘김포이북도민회’가 활동 중이다.

지난해 3월, 고영표 전 김포중앙라이온클럽 회장이 1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1~3세대 이북도민회를 통합, 축구단 창단은 물론, 지난 7월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되었던 ‘통일염원 이북도민의 恨 위한 대 공연’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함께하면 행복은 두배, 외로움은 반쪽

지난해 11월 ‘김포이북도민회’에서는 새로운 기획안을 내놓았다. 바로 이북도민과 북한이탈주민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모두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고, 북에 있는 가족 생각이 간절한 분들이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북도민과 북한이탈주민의 ‘결연식’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진행된 결연식에 도민회 16명, 북한이탈주민 16명이 한 가족이 되었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7월 5일은 대단했습니다. 김포 거주 이북도민을 위한 공연이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되었죠. 그날 함께한 300여명의 관객은 북녘의 문화예술을 여가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통일염원 이북도민의 恨 위한 대공연에서는 이북 무형문화재인 평안남도 평양검무와 향두계놀이, 황해도 무형문화재 화관무와 서도소리, 함경남도 돈돌날이 등이 이어져 그들의 슬픔을 달랬다.

‘애기봉’은 실향민의 고향

조례안 발의로 살림이 좀 나아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 회장은 아직도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임시회에서 1·2·3세대 이북도민회를 통합했죠. 홍보가 부족해 아직 모르는 회원이 많습니다. 홍보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실정이라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조례안이 발의되었지만 공식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망배단이 있는 애기봉에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실향민들은 애기봉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기봉에 오르면 고향 땅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합동 망향제와 경모제를 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지난 2월 김포시는 지자체 처음으로 이북도민을 위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그는 “조례안의 목적처럼 이북도민의 자긍심 고취, 권익보호, 자립여건 조성 등 지역사회 일원으로 시가 추진하는 사업 지원에 관해 필요사항을 두고 있다”며 내년 살림은 좀 나을 거라 내다봤다.

 
새터민과 등산도 함께… 축구도 함께…

“실향민 1세대 나이는 80세가 넘습니다. 이북도민회를 통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북도민이나 새터민이나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분리될 수 없죠. 그래서 같이 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는 매월 2회 가지는 축구단과 1회 진행되는 산악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새터민에게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실향민과 새터민을 아우른다는 건 조심스럽고 고된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2세대는 부모의 그리움을 보고 자랐죠. 그래서 관심이 더 합니다. 1세대든, 2세대든, 3세대든 서로 만나 이야기 하다보면 부모 고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죠. 오래 못 보던 형제를 만난 것처럼 매우 반가워합니다”

인연은 따로 있는 듯하다. 지난 전국체육대회에 새터민과 함께 참가했는데 운동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북한에서 살 때 동네 사람을 만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고 회장.

실향을 ‘고향이 없는 아픔’이라 말하는 그는 당장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북도민과 새터민을 보듬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 말한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그들은 접촉을 꺼린다며, 신분 노출이 불편한 모양이란다. 그 점을 더 신경 쓰고 싶다는 고영표 회장. 가까이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또는 우리를 대신해 그들의 아픔과 외로움 서러움까지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는 김포이북도민회 고영표 회장과 임원들. 그들이 있기에 애기봉의 겨울은 따뜻할 수 있나보다.